전봇대와 신호등-이것만은 뽑고 바로잡자
<12> 플랜트수주 분담금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2년 연속 연간 수주액 400억달러를 돌파하며 새로운 융ㆍ복합산업으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플랜트 업계는 정작 10년이 넘게 드러내지 못하는 작은 고민을 안고 있다.
해외에서 열심히 영업을 해 공사를 따왔지만 정작 기업들은 돈을 벌어온 만큼 정부 업무를 대리하는 해외건설협회에 돈을 납부해야 하는 기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메이저 플랜트 업계는 업체당 최대 2억5000만원, 마이너 업계는 수주 실적에 따라 일정 비율의 돈을 해외건설협회에 납부하고 있는데, 이는 소위 '수주 분담금'으로 불린다.
즉, 해외건설을 영위하는 기업은 해외건설사업 신고 및 수주 실적을 확인받기 위해 해외건설협회에 회원 가입을 한다. 회원사는 협회에 매년 일정액인 통상회비와 수주 계약을 기반으로 일정비율을 뗀 실적회비를 납부하는데, 수주 분담금은 바로 실적회비를 의미 한다. 이러한 분담금 제도는 지난 1970년대 중동 건설붐이 일었던 당시 철저한 준비 없이 해외로 나가 저가 수주로 인한 부실시공 등으로 오명을 받은 일부 건설사들을 관리할 목적으로 지난 1994년 정부가 제정한 해외건설촉진법에 의해 마련된 것이다.
지난 1993년 관련법이 제시될 때만 해도 이 법의 주요대상 건설업종은 토목 건축 등 건설업종이었다. 당시는 설계(Engineering)와 구매(Procurement), 시공(Construction) 등을 일괄제공(Turn-key)하는 플랜트EPC 수주 실적은 극히 드물었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플랜트EPC 사업이 해외건설 수주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국내에서는 플랜트 산업에 대한 정확한 업종 구분이 이뤄지지 않아 건설 및 토목업과 동일한 범주에서 취급받고 있기 때문에 분담금을 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플랜트 업계는 이러한 속앓이를 드러내놓고 밝힐 처지가 못 된다. 대부분의 플랜트EPC사업조직이 건설사에 속해 있는데, 건설사들은 해외사업 못지않게 국내 대관 국내건설 수주를 주요 업무로 추진하고 있어 분담금에 불만을 표시할 경우 토목사업본부나 건축사업본부 등 회사내 다른 조직의 영업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플랜트업계가 독립 업체로 자리매김하는데 실패했던 배경도 한 몫 했다. 1990년대까지 독립 법인으로 존속했던 플랜트 업체들은 당시만 해도 분담금을 내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 등을 겪으며 대부분 그룹내 건설사에 합병돼 별도의 사업본부로 흡수되면서 이들 기업이 분담금을 내게 됐고, 독립된 플랜트 업체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플랜트 업계 전문가들은 분담금 문제를 포함해 플랜트 업계의 애로사항이 쉽게 개선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정부 차원에서 플랜트 산업을 통합 지원하겠다고 의욕을 보이고 있지만 산업 육성은 지식경제부, 법률은 교육과학부, 실무제도는 국토해양부, 자금 지원은 재정기획부 등 부처별로 나뉘어져 있고 부처간 주도권 다툼이 치열해 통합적인 지원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재헌 한국플랜트학회 회장(한양대교수)은 "정부 차원의 육성 정책은 업계에 고마운 일이지만 먼저 이같이 매년 수억원씩 납부하는 각종 준조세 문제를 먼저 해결해 주는 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라면서 "어렵게 해외에 진출해 수주해오는 효자기업에게 포상이 아니라 오히려 법률에 의해 납부해야하는 부담금이 커진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므로, 법 제정 당시에 고려되지 않았던 해외플랜트EPC수주 산업은 적용 범위에서 제외해줄 것을 고려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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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 기자 oricm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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