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경기침체 기간 동안 천문학적 규모의 경기부양 자금을 집행한 전세계 각국 정부가 세금 징수에 혈안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정적자와 부채 부담를 감당할 수가 없기 때문.
증세와 새로운 세제 신설은 정부의 세수 확보 외에 규제와 버블 방지 등 세 마리 토끼를 노린 포석이다.
이 때문에 당장 연말 금융권을 필두로 '세금 폭탄'이라는 경기부양책의 부메랑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집중적인 타깃이다. 금융권은 위기를 초래한 당사자들일 뿐 아니라, 엄청난 구제금융자금을 끌어다 쓰고도 보너스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주요 세금 징수 대상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이해관계에 따른 각국의 시각차가 클 뿐 아니라 해당기업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세수확보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 토빈세 = 금융권 과세 논란의 중심에는 토빈세가 자리한다. 투기자금을 억제하기 위해 글로벌 금융거래에 매겨지는 세금을 의미하는 토빈세는 지난 11월 G20(주요20개국) 회담에서도 주요 논의 대상이었다.
당시 영국 측은 토빈세를 통해 은행의 리스크 선호를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며 도입을 주장한 반면, 미국은 금융 거래 위축을 꺼려해 이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토빈세에 대해 열린 태도를 견지한다’면서도 기본적으로 회의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총재는 토빈세를 ‘요즘 시대에는 적합하지 않은 구시대 아이디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12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정상들은 토빈세가 세수를 높일 수 있는 방편으로 유용하다며 IMF에 도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토빈세가 재정적자를 낮춰줄 수 있을 뿐 아니라, 빈곤국을 지원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유용한 자금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
토빈세는 전세계 국가들이 동시에 실시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세계가 이를 동시에 채택하지 않는다면 자금은 세금이 없는 곳으로 몰리고, 이 경우 토빈세를 도입한 국가들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 이 때문에 미국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 이상 토빈세가 도입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 보너스세= 과도한 보너스에 부과하는 세금은 영국을 필두로 확산되는 조짐이다. 영국이 2만5000파운드가 넘는 보너스에 대해 50%의 세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한데 이어 프랑스 역시 이 조치를 뒤따를 것이라고 밝힌 것.
영국은 보너스세 도입으로 재정적자를 일부나마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국 정부 집계에 따르면 이번 세금부과로 5억5000만 파운드의 세수가 확충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아직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지만 내부적으로 보너스세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미국 경제정책연구소(EPI)의 로렌스 미셸 회장은 “현재 월스트리트에 대한 공공의 분노를 감안하면 보너스세가 생각보다 빨리 도입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반발이 만만치 않아 보너스세가 자리를 잡기까지 적지 않은 난항이 예상된다. 영국 은행들은 자국을 떠나 세금부담이 적은 곳으로 옮겨가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고, 실제로 일부 이런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외 금융기관의 영국 진출이 뜸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영국 은행들의 ‘탈 런던’ 움직임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피터슨경제연구소의 심슨 존슨 연구원도 “보너스세가 유럽에서는 환영받을지 몰라도, 미국에서는 분위기가 다르다”며 “오마바 행정부는 이를 반길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이는 미국에서 소수의 시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 부유세= 미국 내에서는 눈덩이 재정적자로 인한 어려움을 세제 개혁으로 타파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납세자들은 증세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만, 경제전문가들은 정책자들이 이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13일 미국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위크지는 미국의 국가부채가 이미 12조 달러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미국 정부가 소비증대를 위해 실시했던 면세 등 세금혜택 정책을 모두 거둬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부채수준을 낮추기 위해 부유세를 지금보다 파격적으로 확대해야 덧붙였다.
현재 오바마 행정부는 35%로 책정된 최고 소득세율을 클린턴 행정부 당시 수준인 39.6% 수준으로 되돌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고소득층에 대한 기부금 및 모기지 이자에 대한 세금공제를 제한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영국에서는 자산버블을 방지하기 위해 세금을 매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애덤 포센 영란은행(BOE) 통화정책위원은 최근 버블을 방지하기 위해 2채 이상 주택소유, 투기적 주택매입, 주택을 매각하기 전까지 보유한 기간 등을 고려해 부동산 세금을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환경세=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한 탄소세 징수 등 환경세를 부과하려는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2013년까지 탄소세를 신설할 움직임이다. 202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10년간 300억 달러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탄소세 징수를 통해 자금을 일부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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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조선업계들은 다가올 세금폭탄에 떨고 있다. 기후협약에 따라 선박용 연료인 벙커유 사용에 세금이 징수될 경우, 이는 업계 부담으로 직결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조선업계에 부과될 탄소세 규모가 연간 100억 달러 가량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최근 내년 4월부터 총 2조5000억엔 규모의 환경세를 징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던 일본은 업계 반발 등을 이유로 14일 돌연 입장을 바꿔 이를 백지화했다. 일본 산업계는 하토야마 정부가 추진 중인 환경세가 에너지 가격을 부추겨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반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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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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