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시장 몰이해와 부적응이 가장 큰 실패 원인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인터넷 서비스들이 한국에서는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한국시장에 야심차게 도전했지만 백기를 들고 줄줄이 철수하고 있는 형국이다.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뒀음에도 이들이 한국 시장에서는 고배를 마신 채 '항복선언'까지 하게된 이유는 무엇일까.
1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3차원 가상현실 서비스인 세컨드라이프가 한국어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사실상 철수했고, 이에 앞서 지난 2월에는 세계적 인맥관리 사이트 마이스페이스도 국내 서비스를 중단한 바 있다. 뿐만 아니다. 북미에서 인기를 모으던 네이키드뉴스가 지난 7월 방송 한 달만에 '야반도주'한 것도 대표적 실패 사례로 꼽힌다.
업계는 이들이 한국시장 진출에 실패한 것은 한국시장에 대한 이해와 현지화 작업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인터넷 서비스가 해외시장에 진출할 때는 무엇보다 현지 문화를 충분히 반영하고 사용자들의 문화적 특성을 이해한 뒤 현지화 작업을 거치는 것이 순서다. 하지만 이들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는 것만 믿고 기존 서비스를 그대로 한국시장에 접목하려는 안이한 시장접근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는 것이 대체적 관측이다.
3차원 가상현실 서비스 세컨드라이프는 지난 2007년 국내 게임업체 바른손게임즈와 계약을 체결, 국내 서비스를 진행했으나 2년이 되도록 국내 사용자들에게 어필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결국 세컨드라이프 개발사인 리든랩은 최근 재계약을 포기하고 한국어 서비스를 종료할 수 밖에 없었다.
업계에 따르면 세컨드라이프는 한국 시장에 대한 이해도는 물론 사업을 추진하는 적극성이 모두 부족했다. 서비스 자체가 어려운데도 사용자들에게 다가가지 못해 사용자들이 외면했으며, 기술적인 면에서도 온라인 게임의 화려한 그래픽에 익숙한 국내 사용자들에게 3D 가상현실 정도로는 그다지 매력적인 요소가 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세계적인 인맥관리사이트(Social Networking Service, SNS)인 마이스페이스가 한국에서 철수한 요인 역시 정서에 맞는 현지화 작업에 실패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마이스페이스는 지난해 5월 한국어 서비스를 선보였으나 9개월만에 백기를 들어 체면을 구겼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가입자 2억명을 돌파하는 등 승승장구했지만 한국 사용자들과의 '인맥 맺기'에는 실패한 셈이다. 이는 이미 기존에 '싸이월드'라는 SNS 서비스가 자리잡고 있는 한국시장에 대한 정확한 시장분석이 부족한데다, 이를 뛰어넘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네이키드뉴스의 '사기극'도 한국시장과 정서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네이키드뉴스는 국내 인포테인먼트 시장 개척과 양성적인 콘텐츠 확립을 목표로 지난 6월 야심차게 첫 방송을 시작했지만 한 달만에 서비스를 중단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애꿎은 여성앵커들의 옷만 벗겨놓고 '야반도주'한 꼴이다. 현재 네이키드뉴스는 담당자들이 자취를 감춘 것은 물론 사무실까지 정리해 종적이 묘연한 상태다. 직원들의 임금도 체납된 상황인데다 환불게시판에는 지금도 유료 가입자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키드뉴스의 실패는 P2P사이트 등이 비교적 활성화돼 있는 국내 성인 콘텐츠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직 철수하지는 않았지만 해외 유명 서비스들이 국내에서 고전하고 있는 사례는 또 있다. 세계적인 검색사이트인 구글의 경우, 국내 토종 포털사이트에 밀려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검색 기능 외에도 다양한 콘텐츠를 원하는 국내 사용자들의 입맛을 초기에 제대로 분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구글은 실시간 검색, 동영상 검색 등 국내 사용자들의 입맛에 맞는 서비스들을 한국에서만 선보이는 등 현지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세계 1위 동영상 서비스인 유튜브의 실정도 비슷하다. 유튜브는 최근 국내 동영상 부문 1위를 차지하고 있으나 포털사이트들의 동영상 서비스에는 아직 부족한 모습이다. 또한 최근 불거진 인터넷 규제강화로 인한 사이버망명과 저작권법 강화 등으로 반사이익을 얻은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에서 제대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를 받기는 이르다는 것이다.
국내 인터넷서비스들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가장 어려운 요인으로 꼽는 것이 바로 언어와 문화적 차이다. 언어를 바꾼다고 해서 그 나라 문화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단순히 기존 사이트를 현지어로 바꾸는 '번역 서비스'가 곧 현지화는 아니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페이스북 등 또 다른 해외 유명서비스가 국내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국내 시장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이해, 그리고 적극성이 부족하다면 아무리 세계적으로 막강한 사이트가 들어오더라고 한국시장에서 살아남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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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선 기자 mint@asiae.co.kr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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