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 아닌 타 분야 진료…올 해 문 연 의원 중 41% 달해
가정의학ㆍ외과 등 포기 많아…'필수의료 붕괴' 등 우려
$pos="L";$title="(일러스트)";$txt="";$size="300,229,0";$no="200911121112254467327A_4.jpg";@include $libDir . "/image_check.php";?>[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산부인과 전문의 A씨의 주 고객은 임산부가 아니다. 감기환자나 피부미용을 원하는 사람들이다. 병원 이름도 그냥 'OO의원'이다. A씨는 "산부인과는 돌아갈 수 없는 고향과 같다"고 말했다. 대학친구 10명 중 6∼7명도 같은 처지라고 전했다. A씨는 그러면서 "신분을 철저히 감춰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고객들이 자신을 피부과 의사로 알고 있는데 이것이 드러날까 우려해서다.
올 9월 현재, 전국에는 2만 6925개의 의원(일명 동네병원)이 있다. 이 중 90%인 2만 4252곳의 원장은 전문의 자격증을 딴 사람들이다. 하지만 자신의 전문 과목을 표방하며 실제 그 분야를 진료하는 병원은 80%에 불과하다. 나머지 20%인 4810곳은 '내과', '외과'와 같은 표시가 없는 '진료과목 미표시' 의원이다.
이런 현상은 최근 들어 더 강해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표시과목별 의원 현황 자료'를 보니, 올 해 새로 개원한 의원 377곳 중 155곳이 이런 과목 미표시 의원이었다. 개업을 결정한 전문의 10명 중 4명은 전공과목을 포기하고 있단 의미다.
포기 과목별로는 가정의학과가 가장 많았다. 올 6월 현재 과목 미표시 의원 4767곳 중 1515곳의 원래 전문분야가 가정의학과다. 다음으로 외과 1032곳, 산부인과가 536곳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성형외과, 피부과, 안과 전문의가 자기 분야를 포기한 의원은 각각 11곳, 10곳, 4곳에 불과했다.
이들이 실제 무슨 진료를 하고 있는지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다만 의료계에 잘 알려진 대로 '피부미용'이나 '비만', '일반진료(내과나 소아과 분야의 경증질환)' 등에 주로 뛰어드는 것으로 파악된다.
원인은 분명하다. 비인기 전공과목을 고집해선 먹고 살기 어렵기 때문이다. A씨는 "하루에 한 명의 환자도 못 봤다는 친구들이 주변에 흔하다"며 "산부인과로 돌아가고 싶지만 내가 의사를 하는 동안 그럴 가능성은 0%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비단 '의대 나와서 돈 못 벌어 괴롭다'는 의사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좌훈정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필수의료의 붕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최근 들어 그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고 있어, 이제는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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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영역의 뒤섞임이 '의료의 질' 하락을 부추긴다는 시각도 있다. 피부과의사회 권철욱 홍보이사는 "국민 입장에서 전문의에게 진료 받을 권리를 해치는 현상"이라며 "비전문의가 무리하게 진료하다 증상이 악화된 환자를 종종 보게 된다"고 말했다.
문제 해결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가 '수가인상'임을 부인하기 어렵지만 이마저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항상 돈이 부족하다는 정부와 '획기적 인상'을 원하는 의사들의 시각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좌 대변인은 "공공의료의 성격이 강한 분야는 국가가 그 기능을 흡수해 국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대책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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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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