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영화 '퐁네프의 연인들'을 연출한 레오 까락스 감독이 10년 만에 내한했다. 지난 1999년 영화 '폴라X'로 한국을 찾았던 레오 까락스 감독은 '2009 넥스트플러스 영화축제: 레오 까락스 특별전'에 참석차 다시 한 번 방한했다.


5일 장충동 그랜드 앰버서더 호텔에서 만난 레오 까락스 감독은 "어제 막 한국에 도착해서 한국이 어떻게 변했는지 살펴볼 새도 없었다"고 운을 뗐다.

레오 까락스 감독은 전 세계 영화계를 발칵 뒤집을 정도로 신선한 충격을 주며 단숨에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올랐지만, 정작 그가 만든 장편 영화는 '퐁네프의 연인들'(1992) '나쁜피'(1994) '소년 소녀를 만나다'(1996) '폴라X'(1999) 등 4편뿐이다.


"내가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것과 영화를 발견하기 시작한 것이 동시에 이루어졌다. 그 당시 영화에 대한 애정과 사랑은 '나쁜피'라는 두 번째 영화를 만들면서 다 쏟아 부었고, 영화에 대한 빚은 갚았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 이후로 자신의 영화는 절대 다시 보지 않았고, 물론 남이 만든 영화도 거의 보지 않았다. 극장도 잘 가지 않았고 한국 영화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쿄'라는 옴니버스 영화에서 작업을 함께 한 봉준호 감독의 두 번째 영화 '살인의 추억'은 흥미롭게 봤다고 전했다.


"'나쁜 피'를 만들었을 때 느꼈던 감정은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앵글 하나 조명 하나에도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의 흔적이 묻어있다. 영화에 대한 사랑, 다른 영화들에 대한 경의나 오마주는 이것으로 됐다고 생각했다. 이런 식으로는 충분히 했기 때문에 영화를 가지고 놀아본다는 한 단계가 거기서 끝이 났다. 창작자로서 다른 영화를 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내 욕망이 한 순간 다른 것으로 전이됐다."

그는 장르를 막론하고 예술가는 세상을 변화시키고 전통을 부수고 파괴하는 자기만의 것을 완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순수한 에너지로 가득찬 시기가 오랜시간 계속되는 것은 아니라고 단언했다. 90년대 이후로 그의 작품 활동이 뜸했던 것도 이런 이유인 것 같았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방식이 세상에 각인되면 억지로 그런 것들을 반복적으로 되풀이한다. 실제로 에너지가 있어서가 아니라 잘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반복하는 것이다. 내 나이 28~29세에 '이런 에너지의 끝을 맺어야 할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 다음부터는 주변의 이야기 주변의 삶 이런 것들을 가지고 자유롭게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오랜 공백의 이유를 영화를 만드는 것은 사랑에 빠지는 것과 같다는 말로 설명했다.


"영화는 시간이 주어진다고 해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진짜 사랑에 빠질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영화를 할 수 있다. 영화는 결국 만남이라고 생각한다. 스테프, 배우와의 만남이든 프로젝트를 가능하게 하는 그런 사람들과의 만남이 기본적으로 충족되지 않으면 만날 수 없다. 그렇지 않으면 글을 쓸 수도 있고 여행을 갈 수도 있고 아기를 만들 수도 있고 감옥에 갈 수도 있겠지만 영화는 만들 수 없을 것 같다."


첫 영화를 만들 당시 그는 영화학교도 나오지 않았고 카메라도 태어나서 처음 봤다. 하지만 그는 영화감독이든 다른 장르의 예술가가 되기 위한 것이든 근본적인 질문은 똑같다고 말했다.


"내가 영화를 만들기 위해 영화학교 같은 곳에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세월이 지나도 예술가가 되려고 할 때 근본적인 질문은 똑같다는 것이다. 그것은 '자기 작품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어두운 극장 안에서 혼자서 영화를 마주할 때 느끼는 내밀한 부분을 어떤 교수가 말로 대신해 줄 수 있겠는가."


영화를 향한 그의 욕망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여전히 영화를 통해 세상을 흔들어 놓고 거친 경험을 세상에 주고 싶다는 것. 90년대 그의 영화를 찬양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기성세대의 역할을 자처하며 빠르게 늙어 가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그는 더 젊어졌다. 그의 관심은 온통 새로 만들 영화와 새로운 사람들에 쏠려있다.


"여러 개의 영화를 준비 중이다. 어떤 것이 제일 먼저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내년 봄에 런던에서 찍었으면 하는 프로젝트는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얼굴 이외에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30년 간 변하는 사람의 얼굴만 가지고 만드는 영화다."


그는 또 '나쁜피'에 답하는 영화 '흉터'라는 영화를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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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피' 이후 20년이 지난 다음, 그에 답하는 영화랄까. 리메이크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어쨌든 답하는 영화다. 러시아와 미국을 오가면서 '흉터'라는 제목의 영화를 만들고 있다."


최근 영화 '도쿄'에서 그와의 짧았던 만남이 아쉬운 관객들은 다음 작품을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사진 이기범 기자 metro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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