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남미의 어머니, 메르세데스 소사의 마지막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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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고경석 기자]"모든 사람에게 먹을 식량이 있고 입을 옷이 있으며 살 집이 있는 것, 모든 노동자가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느끼며 일할 수 있는 것. 그것이야말로 제가 꿈꾸는 유토피아입니다."


'검은 여인(La Negra)'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메르세데스 소사는 아르헨티나 민중의 어머니였다. 국민들에게 의식주마저 보장하지 못하는 정부를 소사는 비판했고, 민중들은 그를 어머니처럼 사랑했다.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군부독재의 시퍼런 총칼에 소사는 당당히 맞섰고 자신을 버린 나라를 위해 노래했다.

메르세데스 소사 [사진제공=소니BMG코리아]

메르세데스 소사 [사진제공=소니BMG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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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르세데스 소사, 1935.07.09-2009.10.04


지난 4일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국보급 국민가수를 잃었다. 메르세데스 소사는 국경에 갇힌 '국민가수'가 아닌 전세계가 사랑하는 '국민가수'다. 74세의 일기가 결코 짧다고 할 수는 없지만 최근까지 앨범을 내며 건재를 과시한 국민가수였기에 고인의 죽음은 갑작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메르세데스 소사의 삶은 아르헨티나 현대사의 굴곡을 공유한다. "나는 가수가 되기 위해 노래하지 않는다"는 제목의 앨범을 냈던 소사는 노래를 통해 아르헨티나의 삶과 역사, 정치를 노래했다. 소사는 가수 이상이었다.


'신토불이' 음악을 대중음악의 뿌리로 삼고 음악가로서 정체성을 확립한 소사는 '누에바 칸시온(Nueva Cancion, 새로운 노래)'의 선구자로서 민중의 자유와 권리, 각성과 단결을 위해 노래를 불렀다. 비단 아르헨티나뿐만 아니라 남미 모든 국가의 민중이 그의 노래에 입을 맞췄다.


그것은 땅에 대한 입맞춤, 삶에 대한 입맞춤이기도 했다. 메르세데스 소사는 칠레 여가수 비올레타 파라가 작곡한 '그라시아스 아 라 비다(Gracias A La Vida, 생에 감사해)'를 불러 전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 노래는 누에바 칸시온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관객들은 이 노래를 공연장에서 들으며 "소사, 당신의 삶에 감사해요"라고 중얼거리곤 했다.


◆ 1970년대, 남미와 누에바 칸시온


소사의 삶은 비델라의 쿠데타 정권이 나라를 장악했을 때 위기에 처한 바 있다. 그러나 그것은 비단 소사만의 것도 아니었고 아르헨티나 것도 아니었다. 거의 남미 전체의 것이었다. 1973년 칠레는 육군사령관 피노체트가 쿠데타를 일으켜 선거를 통해 탄생한 사회주의 정권을 전복시켰다. 그해 9월 11일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이 피노체트의 폭격으로 숨졌다.


그로부터 5일 후 칠레의 누에바 칸시온 가수 빅토르 하라가 참혹하게 목숨을 잃었다. 가혹한 고문으로 손목과 팔이 부러지고 기관총으로 난사당한 시신은 공동묘지 밖에 버려졌다. 칠레에 이어 군부 쿠데타가 정권을 잡은 아르헨티나도 대중음악인들에 대한 탄압을 시작했다.


1978년 두 번째 남편을 잃고 1년이 지난 뒤 메르세데스 소사는 대학교에서 200여명의 학생들을 앞에 두고 노래하던 중 이들과 함께 감금됐다. 후에 소사는 "정치적인 공연이 결코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당시는 좌파 사이에서 실종과 피살이 흔한 일이던 군부독재 시기였다.


메르세데스 소사를 살린 건 해외 국가들의 압력이었다. 소사는 1000달러를 내고 풀려났으나 조국을 떠나야 할 운명에 처했다. 자녀들을 남겨놓고 소사는 여행가방 세 개와 핸드백 하나만을 들고 유럽 각국을 전전하며 연명해나갔다. 그는 아르헨티나의 군부가 생명을 다할 때쯤인 1982년 다시 조국으로 돌아왔다.


◆ '칸토라', 메르세데스 소사의 마지막 노래들


아르헨티나로 돌아온 소사는 이후에도 계속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북미와 남미를 오가며 공연을 계속했던 그는 재임을 위해 법을 개정하고 부패의혹에 시달렸던 카를로스 메넴 대통령에 반대하는 한편 후에 대통령에 선출된 네스토르 키르치네르를 지지하기도 했다.


메르세데스 소사는 키르치네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던 2003년 역사적인 첫 내한공연을 펼칠 뻔했다. 고질적인 심장병으로 인해 소사는 한국 팬들을 만나지 못한 채 지난 4일 세상을 떠났다. 4년 만의 신작 '칸토라(Cantora)'를 마지막 선물로 남겨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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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를 재생하면 찰리 가르시아, 피토 파에즈 등 자국 뮤지션들을 비롯해 카에타누 벨로수, 샤키라, 조앙 마누엘 세라 등 여타 남미 국가 뮤지션들을 초대한 소사의 진솔한 목소리가 19곡을 통해 울려퍼진다. 고마운 앨범이다. 다시 한번 고인의 삶에 감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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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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