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공수민 기자] 상당수 기업 경영진이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스톡옵션으로 배를 불린 것으로 나타났다. 스톡옵션으로 피인수기업 경영진들이 큰 차익을 남기면서 주주 이익을 저해하고 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WSJ와 드렉셀대학이 1999년~2006년 사이 제출된 110건의 미공개 공시를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 모두가 M&A 협상이 공식 발표되기 전 예정에 없던 스톡옵션을 부여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행태는 2007년 이후 이루어진 몇 건의 대형 M&A 과정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달 이루어진 어도비의 옴니처 인수를 들 수 있다. 옴니처의 공시에 따르면 옴니처는 어도비로부터 인수 의향서를 받고 몇 주 뒤인 지난 6월 경영진의 기존 스톡옵션을 더 낮은 가격에 행사가 가능한 신규 스톡옵션으로 교환해줬다. 이 과정에 옴니처 경영진이 110만주의 신규 스톡옵션으로 챙긴 평가차익은 97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대해 옴니처는 경영진 스톡옵션 교환은 몇 달 전부터 이사회에서 논의돼 왔으며 인수협상과는 상관없다고 일축했다. 공시 내용에 따르면 옴니처의 CEO는 M&A협상이 종료된 후 그가 보유한 스톡옵션의 75%를 현금화 할 수 있다. 반면 나머지 경영진들은 특수 상황으로 인해 합병된 회사를 떠나야 할 경우를 제외하고 즉시 현금화할 수 없다.

이보다 앞서 진행된 월트디즈니의 마블엔터테이먼트 인수건에서도 이 같은 사례를 찾아 볼 수 있다. 마블의 아이작 펄뮤터 CEO는 월트디즈니가 회사를 인수하면서 3400만 달러 이상의 이익을 보게 됐다. 월트디즈니와의 협상이 진행 중일 때 마블로부터 스톡옵션을 부여 받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피인수 회사가 M&A협상 과정에서 예정에 없이 스톡옵션을 남발하는 관행은 주주들의 이익을 두 가지 방법으로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추가적인 스톡옵션 발행으로 주주들의 지분가치를 희석시키며 일부 기업의 경영진들이 M&A협상 진행이 공개되기 전 내부 정보를 통해 부당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드렉셀대학의 엘라이저 피치 재정학 교수는 "이 같은 CEO들의 행동은 매우 이기적인 것"이라며 "이들은 주주 이익에 대해서는 아랑곳하지 않고 피인수 기업으로부터 조금이라도 더 얻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스톡옵션 부여는 CEO들에게 혜택을 주기 적절한 시기에 이루어졌으며 이 스톡옵션 때문에 기업 주주들은 경영권을 넘길 때 손해를 봤다”고 지적했다. 조사에 따르면 1999~2006년 동안 피인수 기업 CEO들에게 부여된 스톡옵션으로 해당 CEO들은 평균 570만 달러의 이익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톡옵션은 미래 일정 시점에 자신들의 회사 주식을 정해진 가격으로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으로 많은 기업에서 성과급의 형태로 이용하고 있다. 주가가 오르면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간혹 M&A가 이루어질 경우 경영진들은 스톡옵션을 즉각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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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M&A가 이루어지면서 관행적으로 경영진에게 지급되는 스톡옵션에 주주들이 이의를 제기하기도 한다. 지난달 미국 텝코 파트너스의 주주들은 지난 2월 예정에 없는 스톡옵션 부여에 대한 이의를 제기, 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6명의 경영진들은 M&A 협상이 비공식적으로 진행되던 과정에서 총 15만4000주의 스톡옵션을 부여 받았다.


그러나 호건&핫슨의 앨런 다이 주식담당 변호사는 "인수 대상기업은 대부분 다음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 인수되기 때문에 이를 적발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공수민 기자 hyun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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