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앤비전] 이명박 대통령의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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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마 이명박 대통령은 '정치'할 맛이 날 것이다. 경색됐던 북미 관계도 풀릴 조짐이고, 무엇보다 이 대통령의 마음을 무겁게 했을 법한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제침체도 끝에 도달했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리기 때문일 것이다. 청와대라는 구중 심처를 떠나 이 곳 저곳을 찾는데 가는 곳마다 환영 일색이어서 더욱 그럴 것이다.


이 대통령은 10일에는 남대문 시장을 방문했고, 바로 다음날 강원도 홍천의 내촌면과 이웃 군부대를 찾아갔다. 이보다 앞서 9ㆍ3 개각 다음날 구리 종합시장을 들렀다.부자 대통령이 서민을 찾아간 행보여서 여론의 조명을 받았다. 청와대도 "최근 경제위기로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경제를 챙기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의 '친서민 행보'를 놓고 일각에서는 40%를 훌쩍 넘은 지지율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지지율이 높아 정국 운영에 자신감을 회복했고, 그래서 더욱 더 서민을 찾는다는 것이다. 또한 서민을 가까이 하다 보니 자연 지지율이 오르는 결과를 낳는다는 설명이다.


이 대통령의 이런 행보를 다 반기는 것은 아니다. "사랑해요"라고 외친 뒤 양손을 들어 머리 위로 하트를 그린 대통령을 보고 '정치 쇼'를 한다거나 '실속 없는 민생탐방'을 했다고 꼬집는 비판론자도 있다. 반면, 집권당인 한나라당은 '백번 권할 일'이라고 극찬하고 있다. 관점에 따라, 제시하는 이유에 따라 맞는 부분이 있기에 거들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경제가 어려운 이때라면 대통령이 서민을 만나는 것을 굳이 쏘아붙일 일은 아니라고 본다. 부자야 어려운 시절을 이겨낼 방도가 여럿 있다. 그러나 서민들은 경제위기의 타격을 바로 받고, 경제가 좋아져도 어려움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이들을 보살피고 보듬는 발길, 정책이라면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


물론 대통령이 시장에서 "재래시장 활성화해야 한다"거나, 농촌에서 "농민을 위한 농협이 돼야 한다"는 취지로 말을 한다고 해서 당장 내일 그것이 가시화될 수는 없다. 그래서 실망이 있을 수도 있고 ,그래서 험한 말을 할 수는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행보 자체가 쓸모없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대통령의 한 마디에 서민들의 어깨가 펴질 수 있다.남대문 시장에서 왜 상인들이 울먹였겠는가.


설령 쇼라고 치자. 그러나 우리네 인생이란 '무대 위에 나가 뽐내며 걷고 안달하며 시간을 보내다 사라지는 서툰 배우' 아닌가. 그래도 수 십 년 피땀 흘려 번 돈 수 백 억 원을 사회에 환원하고, 시장 때나 대통령 때나 월급 조차 기부하면서 재래시장이나 농촌을 방문하면서 하는 '쇼'라면 봐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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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대통령의 행보를 문자 그대로 '쇼'로 만들어 버리는 일부 공무원들의 행태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A 씨는 최근 실업급여를 신청하러 갔다가 핀잔을 들었다. "젊은 사람이 일자리를 찾아야지. 노인네들의 돈을 빼앗으려 하면 되느냐"는 것이다. "오죽 했으면 정부에 손을 내밀었겠냐"고 항변하는 그의 귀에 정부 정책이 들어올 리 있겠는가. 점심을 굶는 아동들에게 도시락을 준다면서도 주민센터까지 와서 받아가라는 고압적인 자세 등 대통령의 행보를 '쇼'로 만들어버리는 2% 부족한 사례를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다.


대통령의 행보는 대통령에게 합당한 정치를 한 것이다. 공자는 제자 자공에게 "정치란 식량을 풍족히 하며, 군비를 충족하게 하여 백성을 믿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공자는 특히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 답고, 아들은 아들 다워야 한다"는 것을 정치라고 했다. 그리고 "백성이 믿지 않으면 나라가 설수 없다"고 했다. 지지율에 도취하거나 시장 상인의 울먹임에 감읍하기보다는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해 부족한 2%를 채워 친서민 행보의 진정성을 확보함으로써 국민신뢰를 얻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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