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있는 직장생활 중요시 하는 다운시프트족 등장

최근 대기업에 당당히 입사한 신입사원 K씨. 요즘 그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입사에 대한 축하보다 "신입사원들이 달라졌다"는 푸념이다. K씨는 정시에 출퇴근하는 자신의 '성실함'이 그 원인이라고 짐작하지만 업무 외적인 문제로 간섭받고 싶지는 않다.



근무시간을 철저하게 지키고 부당한 업무는 상사의 지시라도 단호히 거부하며 회식보다는 개인적인 약속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신입사원의 등장. 막내로서의 지난한 세월을 뒤로하고 비로소 후임자를 맞는 선배직원에게는 가슴 터지는 일이겠지만, '당돌한 신입사원'의 등장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함무라비 법전 이래로 '요즘 젊은 것들'에 해당되지 않았던 사람은 드물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의 경우와 달리 최근 신입사원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특징 중 하나는 '언제라도 그만둘 수 있다'는 자세다. 그만큼 조직에대한 소속감이나 충성도가 약해졌다는 얘기다.



모 대기업 다니던 김모씨(30세)는 직장상사의 구박에 얼마 전에 회사 그만뒀다. 그에게 '참고 다닌다'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그는 현재 공기업을 준비중이다.



소속감이 약한 신입사원들로 회사 업무환경도 변하고 있다. 대학 졸업 후 1년의 백수생활을 마감하고 원하던 직장에 입사한 A씨(26세)는 "선배들이 시키는 일이면 당연한 듯 처리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부조리하다고 느끼는 것은 바로바로 얘기하고 있는 그를 선배들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무서운 후배'라고 부른다고 한다.



신입사원들은 휴가도 칼같이 챙기고 있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B(31세)는 휴가시즌에 업무가 많으니 전직원이 휴가를 늦게 가자는 사장의 제안에도 '나 홀로' 휴가를 신청했다. 직장인 P씨는 "할 일 없는데 선배가 앉아있다고 나도 퇴근하지 못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가장 큰 변화를 실감할 수 있는 곳은 회식이나 술자리. 대기업 경영기획팀에 근무하는 L씨는 여자친구의 생일과 상사의 승진을 기념하는 회식이 겹치자 "선배의 승진보다 여자친구와의 약속이 더 중요합니다"고 선언했다. 원치 않는 회식 보다 개인적인 일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특히 젊은 직장인들은 술을 강권하거나 술 잔을 돌리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인사 전문가들은 이같은 신입사원들의 '당돌함'에는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다는 자세와, 돈이나 명예보다는 삶의 질과 직결되는 '근무환경'을 중시하는 경향이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6월 24일 취업정보 사이트 잡코리아가 남녀 구직자 2737명을 대상으로 '직장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물은 결과 복리혜택이나 사무실 위치 등 근무환경이 32.7%로 1위를 차지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최근 고소득이나 빠른 승진 등 사회적 성공을 위해 직장에 붙잡혀 사는 것보다 소득이 적더라도 여유있는 직장생활과 삶의 만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른바 '다운시프트족'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전문가는 이어 "지금 신입사원도 곧 자신들을 능가하는 당돌한 신입사원을 맞게 될 것"이라며 선배직원들의 심경을 대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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