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역할 과장들, 허리 못펴는 신세

"어디 신입사원들 무서워서 일 시키겠어요? 위에서도 신입들 힘든 거 시키지 말라고하고, 특별히 힘든 일 시킨 것도 없는 것 같은데 그만 두는 사람도 있고...우리 때도 회사 옮겨다니는 사람, 꽤 있었는데 요즘엔 '텀'이 더 짧아진 것 같아요."



국내 대기업인 A그룹에 다니는 박 모(남, 39)씨는 최근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기 시작했다. 1년 전 과장으로 승진한 기쁨도 잠시, 윗사람들에 치이는 동시에 아랫사람들을 챙겨야하는 압박감이 몇 배나 늘었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1, 2년 늦은 승진 탓에 대리생활을 오래한 편에 속하지만 요즘 들어 그나마 대리 때가 좋았다는 '철 없는' 생각도 든다고 한다.



박 씨는 "불황이다, 취업난이다 하며 주위에서는 요즘 직장 들어가기 그렇게 어렵다고 하는데 몇 달 일하지도 않고 그만두는 신입사원들이 꽤 있다"며 "과장 승진한 직후에 같이 일하던 신입사원 한 명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직장을 나가는 바람에 위에서 한소리 들었다"고 말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다른 외국계 회사에서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그 신입사원의 이야기를 듣고는 약간의 '배신감'도 느꼈다고 한다.



B그룹에 다니는 정 모(33, 여) 씨는 요즘 신입사원들에 대해 "되바라진 정도가 더하다"고 평했다. 정 씨는 "내가 회사에 갓 들어왔을 때도 직장 상사들이 비슷하게 느꼈겠지만 요즘엔 그 정도가 더 심해진 것 같다"고 했다. 최근의 신입사원들은 입사 전 인턴경험도 풍부한데다 각종 자격증에 유학까지 다녀온 경험이 많아 1, 2년 차 사원들과 비슷한 수준의 업무처리 능력을 보인다고 한다.



그는 "좋게 말하면 똘똘하고 회사 차원에서도 득이 되는 일이겠지만 사실 같이 일하기 부담스러울 정도인 친구들도 있다"며 "자기 잘난 맛에 버릇 없는 신입사원들은 도대체 컨트롤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냥 무시할 수 없는 건 윗사람들 중에는 '일만 잘하면 됐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라고. 과장으로서의 책임감 때문에 '잘난' 신입사원들에 뒤지지 않기 위해 야근에 주말 근무는 기본이라고 한다.



금융계에서 일하는 이 모(35) 씨는 최근 이직을 심각하게 고려중이다. 과장 승진 이후 늘어난 업무 탓에 아이들 얼굴을 잊을 지경이라고 하는 그는 "조직 특성상 과장을 일찍 달게 된 편"이라며 "승진하기 이전부터 과장급의 일을 가끔씩 맡아서 했었다데 승진하고부터는 말그대로 일이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어느 조직이든 마찬가지지만 중간은 힘들다. 위, 아래를 동시에 신경써야 하기 때문이다. 과장이 바로 그 자리다. 업무를 진행해가는 데 있어 대략의 그림을 그리고 틀을 짜야 하기에 책임감이 부여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윗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인정받을 수 있기도 하고 아랫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인간적으로 다가갈 수도 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예삿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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