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홍수 감지했나?…차익실현 본격화

개인, 최근 2주간 매도 우위…코스닥 종목, 호재에도 주가는 빌빌

홍수가 나기 전에 개미들이 떼를 지어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개인들이 위험을 먼저 감지한 것일까. 5월 초까지만 하더라도 전날 뉴욕 증시의 하락 소식에도 묵묵히 순매수를 지속하던 개인들이 최근 차익실현에 나섰다.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한 주간 개인은 코스닥 시장에서 272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전주에도 114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던 개인은 2주동안 400억원에 가까운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다.
매도 규모가 그리 크다 말할 수는 없지만 5월 첫째주(5.4~8일) 913억원 순매수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차익실현이 이뤄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개인들의 차익실현 징후는 올 들어 최고의 수익률을 자랑하는 자전거와 바이오 테마에서도 감지됐다.
지난해말 대비 400% 가까이 오른 자전거 테마에 속한 삼천리자전거와 참좋은레져의 주가는 지난 15일 장중 3만7400원을 기록한 이후 내리막 길을 걷고 있다. 급격하게 올라온 만큼 가파른 하락세다.

바이오 테마에 속한 종목들 역시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다.
차바이오앤디오스텍은 지난 29일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체세포 복제를 통한 배아줄기세포 연구 계획을 조건부로 승인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시가총액 1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기도 했으나 5월들어 줄곧 하향세다.
차바이오앤뿐만 아니라 바이오 테마 관련주는 대부분 4월말을 고점으로 5월 들어서는 차익 매물이 줄곧 쏟아지고 있다.

개인들의 차익 실현은 개별 종목에서도 찾을 수 있다. 지난 21일 장 마감 직전 한서제약은 공시를 통해 코디너스로 피인수됐다고 밝혔다. 코디너스는 지난해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모든 바이오시밀러의 국내 유통 및 독점 판매 계약을 체결한 업체로 현재 서정진 셀트리온 대표와 김형기 부사장 등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코디너스의 한서제약 인수 소식에 한서제약은 동시호가에서 상한가로 직행했다. 당시만 해도 증권 관계자들은 한서제약이 셀트리온의 후광에 힘입어 당분간 상한가 행진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막상 지난 22일 한서제약은 상한가는커녕 오히려 소폭 하락했다. 전일 대비 20원(-0.47%) 내린 4200원을 기록한 것.

그동안 한서제약을 보유하고 있던 주주들이 호재를 기회로 차익실현에 나섰기 때문으로 이날 한서제약의 거래량은 평균 거래량의 10배가 넘는 720만주에 달했다.

미리넷도 호재에도 차익실현 매물의 증가로 주가가 하락했다. 지난 21일 미리넷은 자회사인 미리넷솔라가 글로벌 인증기관 TRA인증원으로부터 품질 및 환경경영시스템 국제표준인증규격 'ISO 9001 및 14001'을 업계 최초로 획득했다고 밝혔으나 주가는 5% 이상 하락한 채로 마감했다.

개인들의 차익실현은 비단 직접 투자뿐만 아니라 펀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으로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하고 국내주식형펀드에서 1090억원의 자금이 순유출 됐다. 이달들어서만 총 476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가 전달의 3450억원 수준을 넘어섰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개인들이 예전과 달리 기관과 외국인보다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며 "지난 5월 초 까지만 하더라도 각종 악재에고 상승세를 믿고 묵묵히 매수를 일관하던 개인들이 최근들어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코스닥 지수 방향성을 가늠해볼 만한 변화다"고 설명했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