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금융투자공사(UKFI)는 그동안 "핵무기로 무장한 기사단"이라거나 "대단히 실체가 희미한 조직" 등으로 불투명하게 묘사돼왔다.

UKFI는 영국 정부와 특수관계나 다름없는 기관으로, 과거 정부가 구제금융 지원 과정에서 취득한 로이드 은행 지분 43%와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의 지분 70%를 각각 관리하고 있다. 영국 재무부 내 3곳의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잘 알려지지 않은 기구였던 UKFI가 지난 주말 로이드 은행의 빅터 블랭크 회장을 내년까지 물러나게 하는데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에게도 충격을 주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9일 보도했다.

지난해 영국 최대 모기지은행인 HBOS 인수에 따른 후폭풍으로 로이드 은행의 부실이 크게 확대되면서 블랭크 회장과 에릭 다니엘스 최고 경영자(CEO)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감도 존재했다. 지난 2월 로이드는 HBOS가 지난해 36억달러의 부실자산 상각과 68억달러의 기업금융 관련 손실 등으로 인해 모두 108억파운드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 3월 초에는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은행들의 부실자산 확대를 억제하는 조치를 발표하면서, 투자자들의 분노에도 불구하고 공개적으로 두 사람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바 있다.

비슷한 시기에 UKFI는 이들 은행의 지분 매입을 검토하고 있는 국부펀드를 비롯한 투자자와 잠재적 주주들과의 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이는 UKFI가 언젠가는 로이드 은행의 43.5% 지분의 일부를 매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만약 지분 매각과 관련, 회장에 대한 의구심이 있거나 투자자들이 경영진을 신뢰하지 못한다면 UKFI에게 관리에 대한 책임이 있다.

주식시장에서 은행주들은 지난 3월부터 랠리를 시작했지만, 로이드 은행의 경우 최근 악재가 계속되며 주춤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달 초 1분기 실적을 바탕으로 로이드 은행은 올해 기업관련 대출 부실이 50%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밝힌 바 있다. 또 다음달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최근 블랭크 회장에 대한 불신임 투표가 진행될 것이라는 루머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로이드의 독립 사외이사인 샌디 라이츠 부회장은 투자자들과의 회의에서 "경영 상에 커다란 손실을 초래하고도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한 투자자는 "UKFI가 레임덕 상태인 블랭크 회장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 점점 확실해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적절한 해결책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주주들의 불만이 서면을 통해 공식적으로 제기된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제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주주들의 반발보다 더 강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블랭크 회장과 다니엘스 CEO에 대해 함께 비판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다니엘스 CEO에 대한 지지도 남아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다음달 주주총회에서 17~20%에 이르는 기관투자자들의 지분이 블랭크 회장에 대해 불신임 투표를 할 것이라는 루머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같은 급박한 주주와 경영진간 대치 상황에서도 UKFI는 그동안 침묵을 지켜왔다. 지난 주 초까지만 해도 UKFI는 어느 쪽을 택할 것인지 고민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블랭크 회장이 브라운 총리와 가깝다는 배경만으로 UKFI의 지원을 무난히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었다.

하지만 자신의 미래가 매우 불투명한 상황에서 블랭크 회장은 이같은 기류를 파악하고 스스로 사퇴키로 결정했다. 로이드 은행 측은 이날 그의 결정에 개인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밝혔다.

UKFI와 기관투자자들은 영국 사상 최대의 은행간 합병이었던 로이드 은행과 HBOS 간의 복잡한 통합과정에서 보여준 다니엘스 CEO의 능력에 대해 신뢰를 보내고 있다. 한 투자자는 "우리는 현재 성공을 향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다니엘스 CEO는 성공을 이끌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노종빈 기자 unt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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