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산업의 상징인 제너럴모터스(GM)의 파산이 현실화하면서 GM과 30년 가까이 의리를 지켜온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씨티그룹, AIG 산하에 편입됐던 일부 금융기관들도 불똥이 튀긴 마찬가지다.
프리츠 헨더슨 GM 최고경영책임자(CEO)는 11일(현지시간) 정례 전화회견에서 "파산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며 "다만 파산보호 신청에 이르지 않고도 구조조정할 수 있을 기회가 여전히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의 발언은 자구책 마련 시한인 6월 1일 이전까지 파산보호 신청을 피하기 위한 조치들을 마무리하기 어려울 것임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헨더스 CEO의 발언에 일본 자동차 업계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지난 27년간 GM과 제휴해 온 스즈키의 스즈키 오사무(鈴木修) 회장은 11일 결산발표회장에서 향후 GM과의 관계를 언급하고 "GM이 자동차를 계속 만드는 한 양사의 관계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GM은 자금 확보를 위해 스즈키의 지분 3%를 전량 매각해 27년간의 제휴 관계에 종지부를 찍었다. 다만 양사는 캐나다 합작공장과 GM 산하 독일 오펠의 소형차 OEM(주문자부착상표방식) 공급 등의 제휴관계는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친환경차 기술도 제휴를 맺고 있어 GM의 경영위기때문에 친환경차 개발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GM의 파산은 스즈키에게도 막대한 손실을 안겨줄 우려가 다분하다.
한편 GM에 디젤엔진 등을 공급해 온 이스즈도 앞길이 막막하다. GM이 외상으로 가져간 부품대 100억엔 가량을 고스란히 떼일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스즈의 호소이 스스무 (細井行) 사장은 "현재 GM에서 구조조정을 검토 중에 있기 때문에 말할 단계가 아니다"며 항간의 우려를 일축했다.
이스즈는 현재 미 정부의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에 지원을 요청한 상태이며 이외에 아이신세이키, 아케보노 브레이크산업, 미쓰비시전기, 히타치금속, 야자키, 나치 후지코시, 덴소 등 7개 부품업체도 이미 미 정부에 지급 보증을 요청했거나 요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금융업계에서도 미국 금융사와 제휴한 11년을 회한으로 돌이키는 일본 금융사들이 있다. 씨티그룹 산하에 편입됐던 닛코코디알증권과 AIG 산하의 알리코재판과 AIG 스타생명보험, AIG 에디슨 보험 등이다.
닛코코디알은 최근 미쓰이스미토모파이낸셜 그룹에 인수되면서 지난 1998년 이후 씨티와의 관계를 사실상 청산했다. 미쓰비시UFJ파이낸셜과의 관계를 끊으면서까지 외국계 금융사와 손잡았던 비참한 결과에 대해 닛코코디알은 이를 '잃어버린 11년'이라 부르고 있다.
미 정부의 관리 하에서 경영재건에 나서고 있는 AIG는 돈이 되는 자산이면 무조건 매각하고 있다. 도쿄 중심가에 있는 지상 15층 지하 4층짜리 AIG빌딩도 계획의 일환으로 닛폰생명보험에 1155억엔(12억달러)에 넘어갔다. 닛폰생명은 향후 AIG빌딩을 재개발할 계획에 있어 AIG는 사실상 일본에서 철수한바나 다름없다. 알리코재팬과 AIG 스타생명보험, AIG에디슨보험은 여전히 매물로 나와있지만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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