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강한 외인 매수세..밸류에이션 부담 및 수급악화는 우려
장 중 휘청거리던 코스피 지수가 막판 반등에 성공하며 다행히 체면을 지켜냈다.
기관이 거침없이 매물을 쏟아내는 탓에 지수의 상승폭이 제한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은 또다시 고민에 빠졌을 법 하다.
코스피시장도 조정이 필요한 상황임을 알고 있는 눈치지만, 조정을 기다려온 대기 매수세가 의외로 강해 시장의 조정을 용납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제한적인 상승세가 이어질 지, 아니면 이러한 제한적 상승의 바닥이 다시 나타날 지 고민스러운 상황이다.
먼저 이날 등장한 몇가지 시그널에 대해 점검할 필요가 있겠다.
가장 먼저 인식해야 할 부분은 끊이지 않는 외국인의 매수세다.
외국인은 이날 2000억원 가까이를 순매수했다. 이날까지 사흘째 매수세를 지속한 것이며, 4월 들어 단 세차례 매도한 것을 제외하면 연일 매수세로 일관한 모습이다.
외국인의 매수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도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지만, 우려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매수세가 나오면서 지수에는 상승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의외로 강한 10일 이동평균선의 지지력도 주목할 만 하다. 장 중 한 때 코스피지수는 1311선까지 추락하면서 10일 이평선을 일시적으로 무너뜨렸지만 이내 회복했다. 장 막판에는 5일 이평선까지 회복해내는 괴력을 보이기도 했다.
지수가 하락세로 돌아설 때마다 개인과 외국인의 적극적인 매수세가 뒷받침된 결과이기도 하다.
이는 일봉 및 주봉 차트에서도 확인됐다. 이날 일봉과 주봉 차트에서는 나란히 잠자리형 캔들이 등장했다. 잠자리형 캔들이란 몸통이 가늘고 아랫쪽으로 꼬리가 길어 잠자리의 모습을 닮았다는 것에서 이름이 붙여졌다.
잠자리형 캔들 자체는 매수세가 그만큼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잠자리처럼 언제든지 다시 날아갈 수 있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하는 곳도 많다.
하지만 이날은 거래량이 전날의 70%에 불과한 상황인만큼 잠자리형 캔들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다.
여전히 불안정한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먼저 기관 매물이다. 이날 기관은 4000억원의 넘는 매물을 쏟아내며 시장의 하방압력으로 작용했다. 벌써 11거래일째다. 주식형 펀드 자금이 유입되지 않고 있는데다 주가가 오를수록 환매 자금을 준비해둬야 하는 기관의 입장으로서는 비중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일 수 있다. 그나마 외국인이 강한 매수세를 보이며 기관의 매물을 소화해내고 있지만, 언제까지 외국인이 매물을 소화해낼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외국인의 선물 매도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현물시장에서는 줄곧 사고 있지만 선물 시장에서는 이미 3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보이고 있다. 선물시장에서 매도를 보이고 있는 만큼 현물시장에서도 이를 후행하는 모습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노릇이다.
38%의 상승세도 부담스럽다.
지난 3월 초 대비 현재 코스피는 약 38%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지난 10월 하순부터 1월 초까지 2개월 동안 전개된 반등장의 상승률과 동일한 수준이며, 당시 37.7%의 주가 상승 이후 두달 정도 조정국면에 들어간 바 있다. 물론 과거의 패턴을 그대로 따라갈 수는 없겠지만 단기급등의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얘기가 된다.
은행들의 실적 발표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4월 말부터 은행들은 실적에 돌입하게 된다. 이번 실적에서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또 그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어떨지는 예상하기 어려운 변수다.
시장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변수는 여전히 많다. 코스피 지수는 한걸음 한걸음 내딛고 있지만 살얼음판을 걷는 듯 아슬아슬해 보인다.
현재 코스피 지수의 상승세에 마냥 기뻐할 수도, 마냥 걱정할 수도 없는 이유다.
김지은 기자 je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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