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경제학의 이론은 인간이 항상 이성적인 선택을 내린다는 개념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행동주의 경제학이 수 십년 간의 연구 결과 밝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가령, 주식에 투자해서 수익을 올렸을 때 느끼는 기쁨보다 손실이 발생했을 때 느끼는 고통이 두 배 이상 크다. 이 때문에 대다수의 투자자들은 평가손실이 발생한 주식이 휴지조각이 될 때까지 팔지 못하고, 평가이익이 발생한 주식은 곧바로 팔아치운다.
투자자들이 실현 가능성이 낮은 전망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평범해 보이는 호재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행 가방을 들고 공항으로 향할 때까지는 신바람이 나지만 막상 비행기에 오르면 덜컥 겁에 질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복권 회사는 사람들의 이 같은 심리를 교묘하게 활용한다. 복권에 당첨되지 않을 때 잃는 것은 푼돈이지만 작은 리스크를 감내했을 때 당첨이 되면 비용 대비 천문학적인 수익률을 올리는 것이 복권의 논리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리스크 선호도는 보유한 자산 규모와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적은 돈으로 베팅할 수 있는 복권은 경제적인 소외 계층일수록 커다란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학계 조사에 따르면 가난하고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그리고 소외 계층일수록 복권 구입에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텍사스대학의 재무학 교수인 알록 쿠마는 복권 구매에서 나타나는 특징과 주식 투자의 공통점을 분석했다. 우선 그는 주식에도 복권 타입의 종목이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했다. 초저가에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는 종목이 바로 복권 타입의 주식에 속한다.
증권사의 고객 데이터를 분석한 끝에 쿠마 교수는 네 가지 결론을 이끌어냈다. 먼저, 기관 투자자들은 복권 타입의 주식을 피하는 반면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들은 이런 종목만을 골라 매입한다. 전체 주식시장에서 이른바 복권형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1.25%인 데 반해 개인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74%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 비중은 0.76%에 불과했다.
둘째, 복권과 복권형 주식을 매입하는 사람들은 사회경제적으로 특성을 지닌다. 부유층과 인접한 곳에 거주하는 빈곤층일수록 복권이나 복권형 주식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복권형 주식은 평범한 종목에 비해 연평균 수익률이 4%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큰 차이는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투자 비중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복권형 주식의 투자 비중이 높기 때문에 기관 투자가와 비교할 때 수익률 격차는 4%포인트보다 훨씬 크게 벌어진다.
마지막으로 쿠마 교수는 실업률을 포함한 경제 지표가 악화될 때 더 많은 투자자들이 복권형 주식의 사재기에 나선다고 밝혔다. 최근과 같은 경기 침체기에 특히 시사하는 바가 큰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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