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의 기원
시라카와 시즈카 지음/ 윤철규 지음/ 이다미디어 펴냄/ 1만8000원

상상력이 풍부한 시인들은 바다에서 어머니를 본다. 한자의 바다 해(海)자에는 어머니를 뜻하는 모(母)자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 멋들어진 문장은 ‘이어령의 한국인 이야기’에 등장하는 한 대목이다.

이어령(1934년생)이 그 누구던가. 대한민국이 대놓고 가히 자랑할 만한 석학이자 또한 어르신이 아니던가. 어쩜 문장이 그리도 좋을까, 늘 궁금해 왔던 차에 ‘한자의 바다 해(海)자’를 인용하면서 칼럼을 쓰는 독특한 글쏨씨에 적이 놀랐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그만의 매력에 빠졌더랬다.

그러다가 문뜩 한자 때문에 생각나는 세계적인 동양인 석학이 있어 감히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인이 아니다. 비단 중국인도 아니다. 그는 일본인으로 후쿠이 출신의 ‘시라카와 시즈카(白川靜)’로 이 책의 저자이다. 저자는 1970년, 즉 61세가 되는 회갑을 맞이하며 책을 펴냈으나 국내 출판된 저작물 순으로 굳이 따지자면 올해 소개 된 따끈따끈한 신간이 되는 셈이다.

종전에 막 나온 ‘한자의 세계’라든가, 아니면 ‘주술의 사상’이나 ‘한자 백 가지 이야기’와 혹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세상을 바꾸리라’라는 제목의 책들과 비교하면, 신간은 그 뿌리라고 실체를 파악할 수 있겠다. 놀라운 사실은 옮긴이의 이력일 게다. 한문학자 출신이 아닌 불어불문학 전공의 현재 (주)서울옥션 부회장인 윤철규씨가 번역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책은 한자는 주술적?종교적 의미를 형상화한 상형문자라는 주장을 펼친다. 그러면서 고문자학 연구의 새로운 기원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랑한다. 고대 중국의 민속과 종교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토대로 한자의 탄생 과정과 배경을 세세히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문자는 신과 소통하고 신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자 신의 대리인인 왕의 신성한 능력과 주술적인 능력을 훗날까지 전하고 지속시키기 위해 한자를 창안했다는 주장을 편다. 결코 우리들이 현재 사는 ‘사회와 생활’과 한자는 무관치 않다는 한자의 기원과 내력을 때로는 청동기에 씌어 있는 금문을 통해, 픽션이 아니라 팩트에 근거하여 조근조근 설명한다.

이를테면 중국의 사전인 허신의 ‘설문해자’는 뻥과 구라가 많다는 걸 갑골문과 금문에 비교하며 잘못된 점을 해박한 지식으로 바로바로 고치며 지적하는 식이다.

미소를 뜻하는 한자 ‘소(笑)를 竹(대나무 죽)과 犬(개 견)이 합쳐진 글자로 풀이하는 견해가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내용으로 개가 대나무 바구니를 뒤집어쓰고 괴로워하는 모습이 우습다고 한 풀이와, 대나무 가지 아래 犬을 쓴 옛 그림이 있다고 한 것을 들 수 있다.’(214쪽)

요컨대 개가 웃음을 의미하는 글자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슬픔을 나타내는 哭(울 곡)에도 犬이 들어 있는 까닭은 무엇이냐고 반박하는 식이다.
그러므로 한자의 기원에 대한 의미를 정확하게 꿰뚫음으로 말미암아 잘못 된 오류를 막고, 한자의 원래 형태에 입각해 당시의 사유 방식에 따라 고찰하는 필요하다고 무릇 주장하는 셈이다. 때문에 바람(風)이라는 한자를 두고서 蟲(벌레 충)에서 유래한 글자라고 ‘나비효과’라는 경제학으로 접목이나 확대 해석은 ‘말장난’에 불과할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한자의 기원을 읽는 재미는 상상력에 매우 유익할 것이다.

심상훈 북 칼럼니스트(작은가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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