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뛰자 코리아] 돈이 돌아야 내수가 산다
지식·창조력 소프트웨어로 내수 확대 밑거름 다져야
교육수지 적자에 허덕.. 시장 개방·선진화 대책 절실


흔히 내수확대 하면 대규모 토목공사와 연계된 건설업을 떠올리기 쉽다. 대규모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는 건설업은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 내수를 확대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할 수 있다. 내수 확대가 반드시 하드웨어적으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그 기반은 결국 인재 양성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지식과 창조력 등 소프트웨어적 요소들을 기반으로 한 내수 확대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핀란드의 세계적인 기업 노키아는 소프트웨어적인 내수 확대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세계 1위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노키아의 시가총액은 헬싱키 증권거래소의 60%를 차지한다. 노키아는 지난해 총 13억유로의 세금을 정부에 납부했다. 한 마디로 핀란드 경제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노키아는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핀란드 내수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전 국토의 75%가 삼림으로 이뤄진 척박한 환경 속에서 핀란드가 노키아와 같은 글로벌 기업을 키워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바로 높은 교육열과 우수한 교육 인프라가 자리잡고 있다.

21세기가 지식경제 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소프트웨어적인 내수 확대 요소의 개발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교육 분야는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핵심 컨텐츠다.

◆기러기 아빠들의 사회= 오늘날 대한민국의 자화상을 가장 잘 보여주는 단어 하나가 바로 '기러기 아빠'다. 최근에는 삶이 고단해서, 외로워서 한 기러기 아빠가 자살했다는 뉴스도 심심찮게 신문 지면을 장식하곤 한다. 대한민국 부모들은 자식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이다. 그러한 높은 교육열을 국내 교육 서비스 산업은 충족시켜 주지 못 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잉태되고 있는 피해자들이 바로 기러기 아빠들이다. 우리 이웃들이 조기유학은 물론이거니와 국내 대학 진학을 포기하거나, 국내 대학 진학 후 또 다시 유학을 떠나는 현실에 대해 국내 대학 스스로가 반성해야 한다는 주장은 괜한 것이 아니다.

실제 국내 교육 여건의 현실을 살펴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지난해 4월1일 기준으로 우리나라 대학의 교원 1인당 학생 수는 27.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5.8명에 크게 못 미쳤다. 한국교육개발원 보고서에 따르면 전임교원 1인당 학생수가 25명 미만으로 교육 여건이 적정 수준에 이르렀다고 평가할 수 있는 대학은 국내 190여개 대학 중 고작 30여개교에 불과했다. 그나마 우수하다고 평가받은 30여개 대학들도 재학생 수가 5000명 미만이 소규모 대학이면서 종교 또는 의학 계열로 분류되는 대학이 대부분이었다.

교육 서비스 수준이 낙제점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금전적 부담은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국공립대학의 평균 등록금 의존율은 76%로 미국 4년제 공립대학의 16.3%보다 약 50%포인트가 높았다. 사립대학 역시 평균 72%로 미국 4년제 사립대학의 31.8%보다 약 40%포인트가 높았다. 이처럼 낙제점에 가까운 교육 서비스 여건으로 인해 교육 서비스 부문 국제수지는 만성적자를 면치 못 하고 있다.

◆교육서비스 수지 만성적자= 최근 원ㆍ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적자폭이 다소 감소하긴 했지만 유학ㆍ연수 수지는 매달 수억달러의 적자를 면치 못 하고 있다. 당장 국내 교육 서비스에서 만족감을 느끼지 못한 부모들은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을 조기유학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유학ㆍ연수 수지는 매달 수억달러의 적자를 면치 못 하고 있다. 특히 국내의 월별 유학ㆍ연수 수입액이 수백만 달러 수준에 불과한 반면 유학ㆍ연수 지급액 규모는 수억달러에 달해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TVㆍ인터넷 교육, 해외시험 및 해외대학 응시료 등을 집계한 교육 서비스 수지도 매달 수백만~수천억달러의 적자를 면치 못 하고 있다. 교육서비스 시장의 선진화와 이를 위한 개방화가 필요한 이유다.

◆지식경제 핵심은 인재 양성= 지난달 19일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으로 재선임된 조석래 회장은 기자회견 중 교육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지적했다.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수한 인재가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에서 교육 서비스가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사실 교육 서비스의 경쟁력 강화는 어제 오늘 언급된 문제가 아니다. 특히 이와 관련해서는 교육 서비스 시장 개방이 늘 화두가 돼왔다. 많은 논란과 폐해에도 불구하고 교육시장 개방은 글로벌 시대의 주요 흐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일각에서 경쟁력이 약한 국내 교육서비스 시장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국제적 교류를 통해 글로벌 인재를 키워내기 위한 터전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온라인 교육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사실상 개방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지식이 경제를 발전시키고, 부를 창출하며, 고용을 확대하는 원동력이 되는 지식경제의 시대에서 인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 명의 인재가 수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부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교육서비스 수준을 향상을 통한 글로벌 인재 양성은 글로벌 기업의 성장을 이끌어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의 내수 부양의 근간이 될 것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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