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가 가속화되면서 이제는 마이너스 성장 정도는 당연한 것으로 치부할 상황으로 몰렸다. 실업자 수를 비롯해 자영업자의 도산 등도 너무 상황이 악화되다보니 오히려 체감도가 떨어지는 마비 상황으로 가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실제로 베어마켓 랠리도 마무리되는 상황에서 그나마 부동산 규제완화 소식 때문에 강남 아파트 가격이 그나마 선방하고 있다는 정도가 최악 가운데 최악을 피해가고 있다는 위안(?)을 주고 있을 정도다.
경제는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다. 그래서 인생에 희노애락이 있듯 사이클을 반복하게 된다. 경기 침체도 경기의 4단계의 하나라는 점이 더욱 그렇다.
문제는 경기침체 상황에서 향후 전망에 대한 낙관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정책도 제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나서서 정부 수립이후 최저 금리정책을 펴고 있지만 시중에 자금이 돌고 있다는 징후는 쉽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환율 망령이 정확히 6개월 만에 다시 살아나면서 시중은행의 해외 조달금리가 두 자릿수를 넘어선 지 오래라는 섬짓한 소식만 들릴 뿐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같은 상황에서 실효성 있는 경제 살리기 대책들이 제대로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감세정책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지만 아직까지 실질 감세정책이 제대로 논의가 되고 있다는 얘기는 어디에도 없다.
2001년 파리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우리 국민차로 불리던 티코보다 더 작은 2인승 스마트차가 도로에 곳곳을 활보하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당시 파리주재 대사관에서 근무하던 지인은 "경기가 너무 나빠서 파리시에서 저소득층이 2인승 차량을 구매할 때 차량 매입자금의 절반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 덕분에 파리에 자가용 운전자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 당시에는 차량매입자금 지원이라는 이상한 정책을 펴는 파리정부가 역시 사회주의적인 정부라는 생각을 잠깐 했던 기억이 난다. 왜 그 기억이 갑자기 떠올랐을까.
요즘 잠깐 인구에 회자됐던 10년이상 노후 차량 보유자의 신차 구매시 보조금 지원 논의가 바로 이같은 정책과 같은 맥락에서 추진된 때문이다. 감세 논의에 이어 소비 쿠폰도 한 방법으로 거론되고 있는 모양이다. 저소득층이 직접 식료품 등을 구입할 수 있는 쿠폰을 제공하자는 얘긴데, 부작용 논의가 또 발목을 잡는 분위기다.
법인세 문제도 마찬가지다. 해외 경쟁국 수준으로 10%까지 낮추자고 얘기는 나왔지만 트라이얼 발룬(Trial Baloon) 정도에 그친 듯 싶다.
답답한 노릇이다. 지금 거론되고 있는 정책들이 적시에 효과를 발휘할 때 하반기의 상황 혹은 내년 상반기 경기흐름을 다소나마 개선시킬 수 있는데, 다시 한번 더 깊은 골에 빠진 연후에야 실질적인 경기침체 해소대책이 논의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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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은 하늘아래 새 기사는 없다는 농담을 하곤 한다. 한 고참 선배는 "오늘 기사꺼리가 없다면 1년전 신문을 뒤져봐라. 숫자만 바꿔넣으면 새 기사가 될꺼다"고 초년병 시절 필자에게 훈수를 한 적이 있다. 어쩌면 하늘아래 새 정책도 없을지 모른다. 다만 적시에 꼭 필요한 정책이 나올때 그 정책은 생명력을 얻는 새 정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정책 효과는 반복적이고 누적적일 때 일정 시점에 효과를 발휘한다. 설익은 정책이나 과도한 정책을 한꺼번에 쏟아부어서는 오히려 후유증이 더 커질 수도 있다. 그래서 현 시점에 가장 필요한 경제정책은 무엇이며 어느 수준이 가장 타당한 지에 대한 논의가 구체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경제를 살리는 솔로몬의 지혜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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