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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 리스크 관리보다 테이킹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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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증권사 사장들이 한결같이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 있다. 바로 리스크관리. 올 초 발표된 경영계획에서도 리스크관리는 종전의 액세서리에서 메인 메뉴로 탈바꿈했다.

리스크관리는 말 그대로 위기관리. 자신에게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의 가능성을 낮추고, 이미 발생한 위험성에 대해서 벗어 나려는 것.
사실 리스크관리는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증권가에선 항상 있었다. 또 증권가에만 국한된 얘기도 아니다. 그런데 올 들어 국가에서부터 기업, 단체, 가정을 망라해 리스크관리가 화두로 급부상했다.

청와대부터 시작해서 일반 기업에까지 만들어진 워룸. 이른바 비상경제대책이니, 비상경영이니 하는 것. 이 또한 리스크관리의 산물인 셈이다. 자산가치가 폭락한 가정도 그나마 새나가는 돈을 막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처럼 너도나도 '리스크'를 외치는 건 지난해 불어닥친 세계금융위기에서 비롯됐다. 또 전혀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예측불가능한 향후 경제의 불확실성은 더더욱 리스크관리에 의존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리스크관리를 바라보는 시각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키코를 예로 들자.

지난해 중소기업들을 멍들게 했던 키코도 환율에 대한 리스크관리였다. 즉 환율변동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수출기업의 피해를 줄이기위한 일종의 상품이었던 것. 그러나 지난해 키코에 당한 중소기업들은 거의 전년도에 이를 통해 뜻하지 않은 목돈을 만졌다. 제조업체 입장에서 수억원의 이익을 더 내는 게 얼마나 어려운가. 그런데 키코 계약만으로 제품 수천개나 수만개를 팔아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손쉽게 올린 것. 그 이후 키코는 더 이상 리스크관리의 수단이 아니었다. 즉 수익률게임으로 변질돼 약정액을 엄청 높였다가 다들 발목을 잡힌 꼴이 됐다.

사실 리스크관리는 말부터 어폐가 있다.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까. 미래에서 날라오는 화살이 어디를 향하는지 알 수 없을 터인데 어떻게 관리가 가능할까. 오히려 리스크최소화가 맞는 말인듯하다.

국가 지도자나 기업의 CEO나 가정의 가장들도 리스크관리에 대한 시각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철저히 리스크는 테이킹해야 한다(risk taking) . 위험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 다만, 리스크를 감내할 만한 체력을 키우거나 리스크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걸맞은 대책을 마련하는 것.

탄저윙이 펴낸 '살아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라는 책에서 서른아홉 번째 할 일(고난과 반갑게 악수하기)에 이런 얘기가 담겨있다.

주방장 아버지에게 사는 게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딸의 이야기로 홍당무와 계란, 원두커피가 등장한다. 아버지가 아무 말도 안 하고 딸 앞에서 홍당무, 계란, 커피를 끓는 물에 넣고 끓인 후 꺼내서 딸에게 묻는다.

너는 홍당무니, 계란이니, 아니면 원두커피니?

이 세 가지는 끓는 물에 들어가 서로 다른 반응을 나타냈다. 딱딱한 홍당무는 부드러워졌고, 쉽게 깨지는 계란은 내부가 단단해졌고, 커피는 물과 융화돼 물을 변화시키며 향기도 가득 담았다.

어려움에 부딛히면 어떻게 대처해야 현명한가를 우회적으로 빗댄 것이다.

리스크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각각의 대처방법은 다른 것이다. 리스크는 관리보다는 먼저 감수하는 법을 배워야 효과적인 대처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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