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파문'에 지도부 총사퇴.. '비대위 체제' 전환
'강경파 득세' 관측 속 "신뢰 회복이 먼저" 지적도


민주노총이 출범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핵심 간부의 성폭력 파문과 관련해 이석행 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 9명이 9일 총사퇴했으나 간부들에 의한 '은폐ㆍ축소' 의혹과 사건 내용을 언론에 유출한데 따른 '2차 피해' 논란 등으로 도덕성 비판에 직면하면서 파문은 계속 확산되고 있다.

일단 민주노총은 9일 오후 열린 중앙집행위원회의에서 오는 4월8일까지 집행부 보궐선거를 실시키로 하고, 그때까지는 금속노조와 공공노조, 전교조, 공무원노조, 보건의료노조, 사무노조 등 산별노조 6명과 서울, 경기, 강원 소속의 지역노조 3명 등 9명으로 구성되는 '비대위 체제'로 운영해나가기로 했다.

이와 관련, 당분간 지도부 역할을 대신할 비대위에선 이전보다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온건파로 분류되는 이 위원장의 측근이자 조합의 기강 확립을 맡아온 조직강화위원장이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되는 등 기존 지도부의 무능이 도덕성 추락을 불러일으켰다는 내부 비판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강경파'로 분류되는 허영구 부위원장 등이 사건 보도 하루만인 지난 6일 사퇴 의사를 밝히며 '온건파'인 이 위원장 등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 경우 올 상반기로 예상되는 비정규직법과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등의 노동 관계법의 개정 문제를 놓고 노사 및 노정 간 대립이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노동관계 전문가는 "노사민정대책회의에 참여하는 한국노총은 정부 당국이나 재계와의 협상을 전담하고, 민주노총은 시민사회단체나 일부 정치권과의 연대를 통한 장외투쟁에 나서는 등 사실상 양대 노총의 공조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이 경우 정부로선 노동계의 '춘투(春鬪)'와 임금단체협상이 시작되는 오는 3월부터 보궐선거가 있는 4월까지 최대 고비가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최악의 경제위기 상황 속에서 강경노선만 고집하다간 오히려 민주노총이 '고립'의 길로 빠져들 것이란 정반대의 시선도 있다.

당장 일자리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는 현장 조합원들로선 지도부의 투쟁 방침을 무조건 따르기만은 어려울 것이란 이유에서다.

게다가 민주노총 대의원의 60%를 온건파가 차지하고 있는 점도 비대위를 통한 강경파의 조직 장악을 어렵게 만드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조합 관계자는 "현재로선 강경파니 온건파니 하는 정파 간 문제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다. 어떻게든 사태를 빨리 수습해 그동안 쌓아온 민주노총의 성과와 믿음이 무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용석 기자 ys41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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