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순간에만 유전자 끈다"…IBS, 척추동물 유전자 제어 기술 확장[과학을읽다]
물고기·인간 줄기세포·오가노이드까지 적용…308종 유전체 기반 웹 플랫폼도 구축
국내 연구진이 특정 시점에만 유전자 기능을 선택적으로 끄는 '조건부 유전자 녹아웃(cKO)' 기술의 적용 범위를 물고기부터 인간 줄기세포, 오가노이드까지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유전자도 원하는 순간에만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게 되면서 질환 연구와 재생의학 활용 가능성이 커질 전망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 교정 연구단 구본경 단장 연구팀은 특정 시점에만 유전자 기능을 선택적으로 제어하는 '조건부 유전자 녹아웃(Short Conditional intrON·SCON)' 기술을 제브라피시와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오가노이드 등 다양한 생물 종에 적용하는 데 성공했다고 20일 밝혔다.
SCON 시스템 기반 조건부 유전자 녹아웃 개념도. 평소에는 정상 작동하던 유전자가 특정 효소 작동 시 선택적으로 꺼지는 원리를 보여준다. 연구팀은 300종 이상 척추동물 유전체 기반 웹 플랫폼 ‘GenPos-SCON’을 구축했으며, 마우스·제브라피시·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iPSC)·오가노이드 등 다양한 생물 모델에서 기술 적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연구팀 제공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Nucleic Acids Research에 지난 14일 온라인 게재됐다.
조건부 유전자 녹아웃 기술은 특정 유전자를 원하는 시점이나 조직에서만 선택적으로 비활성화하는 기술이다. 하지만 기존 방식은 제브라피시나 인간 줄기세포에서 구현이 복잡하고 효율이 낮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유전자 안에 짧은 인공 DNA 조각을 삽입한 뒤 특정 효소를 작동시켜 원하는 시점에만 유전자 기능을 끄는 SCON 기술을 활용했다. 기존 조건부 녹아웃 기술보다 구조가 단순해 다양한 생물 종에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특징이다.
연구팀은 우선 제브라피시 실험에서 색소 형성 유전자인 '티로시나아제(tyr)'에 SCON을 삽입한 뒤 특정 효소를 활성화하자 물고기 체색이 사라지는 현상을 확인했다. 또 발달에 필수적인 'Sox2' 유전자 기능을 열 자극으로 억제하자 부레 형성 이상과 꼬리 변형이 나타났다.
이어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에서도 세포 성장과 발생에 중요한 유전자 기능이 약물 처리 후 성공적으로 제거되는 것을 확인했다. 일부 세포는 시간이 지나며 사멸하는 현상도 관찰됐다.
SCON 기반 조건부 유전자 녹아웃 모델 실험 결과. 연구팀은 제브라피시와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다양한 동물 종의 장 오가노이드에서 특정 유전자 기능을 원하는 시점에 선택적으로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SCON 기술의 폭넓은 생물 종 적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연구팀 제공
원본보기 아이콘연구팀은 생쥐와 쥐, 닭, 박쥐, 돼지, 원숭이 유래 장 오가노이드에서도 SCON 시스템이 정상 작동하는 것을 확인해 다양한 동물 종에 폭넓게 적용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연구팀은 308종 척추동물 유전체 정보를 기반으로 조건부 유전자 제거 실험 설계를 지원하는 웹 플랫폼 'GenPos-SCON'도 구축했다. 연구자들은 원하는 생물 종과 유전자를 입력하면 실험 설계 정보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구본경 IBS 유전체 교정 연구단 단장은 "기술 적용 범위를 확장함으로써 인간 질환 연구와 발달생물학 연구를 한층 정밀하게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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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교신저자인 이희탁 IBS 유전체 교정 연구단 연구위원은 "아무리 우수한 기술이라도 접근성이 낮으면 연구 현장 활용에 한계가 있다"며 "연구자들이 몇 번의 클릭만으로 실험 설계 정보를 확보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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