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카드론 잔액 49%↑…고령층 비중 21%→29% 확대
은퇴 후 소득 공백·의료비 부담에 고금리 대출 의존 심화
연체 늘면 카드사 부실 우려…중금리대출 전환 필요성도 제기

금융권의 중저신용자 대상 중금리대출 확대가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최근 3년간 70대 이상 고령층의 카드론 잔액이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 이후 소득 공백 속에서 생활비와 의료비 등 유동성 부족을 카드론 같은 고금리 대출로 메우는 구조가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령층의 카드론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부채의 질이 악화할 수 있고, 연체 증가 시 카드사 건전성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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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8개 카드사(신한·KB국민·하나·우리·삼성·롯데·농협·현대카드)의 카드론 잔액은 2023년 1분기 말 36조8042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42조8069억원으로 약 16% 증가했다. 고금리 대출인 카드론 잔액은 2024년 4분기 말 처음으로 42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최근까지 42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시중은행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카드론 수요가 늘었고, 올해 1분기에는 다시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눈에 띄는 점은 70대 이상 고령층의 카드론 잔액이 급증했다는 점이다. 70대 이상 카드론 잔액은 2023년 1분기 말 1조2789억원에서 올 1분기 말 2조6714억원으로 약 109% 폭증했다. 사실상 3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60대 증가세도 가파르다. 60대 카드론 잔액은 같은 기간 6조4830억원에서 9조6424억원으로 약 49% 증가했다. 증가율로는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60대의 카드론 잔액은 2024년 이후 거의 매 분기 늘며 카드론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카드론 시장에서 고령층 비중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실제 2023년 1분기 전체 카드론 잔액 가운데 60대 이상 비중은 약 21% 수준이었지만, 올 1분기에는 약 29%까지 확대됐다.

채상미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은퇴 이후 실제 유입되는 현금 흐름이 줄어들면서 부실 위험이 높은 차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고령층 가운데 소득 공백 상태에 놓인 이른바 '소득 크레바스' 계층이 존재한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카드론 잔액이 증가한 데에는 은퇴 이후 현금흐름 악화에 따른 생활비 부담 가중, 의료비 증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은퇴 이후 고정 소득이 줄고 담보 여력이 부족해 은행권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비교적 손쉽게 돈을 빌릴 수 있는 카드론으로 눈을 돌리는 고령층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카드론은 별도 서류 제출이나 복잡한 심사 없이 카드사 앱을 통해 즉시 이용할 수 있다.


국내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론은 카드 발급 과정에서 이미 고객 신용도와 소비 패턴 데이터가 축적돼 있어 별도 소득증빙 없이도 한도와 금리가 미리 설정된다"며 "은행 신용대출처럼 복잡한 서류 제출 등의 절차 없이 대출이 가능해 고령층이 상대적으로 쉽게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영끌', '빚투'의 주체로 여겨졌던 젊은층의 카드론 잔액은 정체 또는 감소세를 나타냈다. 30대 카드론 잔액은 4조4824억원에서 4조844억원으로 줄었고, 40대 역시 11조3955억원에서 10조4674억원으로 감소했다. 30세 미만도 큰 변화 없이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30대 카드론 잔액은 4조원 중반대에서 지난해 하반기 이후 4조원 초반대로 감소했고, 40대 카드론 잔액 역시 11조원대에서 처음으로 10조원대로 내려왔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지난해 시행된 '6·27 가계대출 대책' 영향으로 보고 있다. 대출 규제 강화 이후 젊은층을 중심으로 추가 신용대출이 어려워지면서 카드론 증가세도 둔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고금리 대출로 몰린다"…70대 카드론 3년 새 두 배 급증 원본보기 아이콘

카드론은 대표적인 고금리 대출 상품으로 금리 부담이 크고 연체 위험도 높아 상환 여력이 부족한 고령층의 부실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고령층 차주의 대출 회수가 어려워질 경우 카드사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고, 부실 규모가 확대되면 금융권 전반의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신용카드학회장인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고령층은 상대적으로 소득 기반이 약해 경기 충격이나 금리 부담 확대에 취약할 수 있어 연체율 상승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카드사 건전성에도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채 교수도 "경제활동이 제한적이거나 사실상 소득이 없는 고령층이 카드론을 이용할 경우 결과적으로 부실채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카드론은 담보가 없는 대출인 만큼 부실화될 경우 회수 비용 부담도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카드론 고객 일부를 중금리대출로 전환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카드론보다 낮은 금리의 중금리대출로 유도해 금융취약층 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다만 카드론은 카드사의 주요 수익원인 만큼 적극적인 전환에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중금리대출 확대는 금융당국 정책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면서도 "다만 무조건 저신용자 대출을 늘릴 경우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어 신용도와 상환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채 교수는 중저신용 고령층의 중금리대출 유도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환 능력 검증 없이 중금리대출 시장을 무분별하게 확대할 경우 향후 부실 문제가 커질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상환이 어려운 차주가 대거 유입될 경우 그 부담이 결국 금융권 전체나 정책 지원 재원으로 전가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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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교수 역시 "중저신용 고령층을 중금리대출로 유도하자는 방향 자체는 바람직하다"면서도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안신용평가 체계 구축과 정책보증 연계, 유연한 상환 구조 마련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짚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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