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 피해 컴백 일정 앞당겨
대학축제, 숏폼 흥행 효과 노린 전략적 선택
알고리즘 점유율 싸움, 여름 투어 명분 확보
"홍보비 두 배 써도 6월에는 효과 반토막"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AI 생성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AI 생성 이미지

AD
원본보기 아이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개막(6월12일)을 앞두고 가요계가 컴백 시기를 5월로 앞당기고 있다. 월드컵 기간 방송과 온라인 플랫폼의 관심이 축구에 집중되기 전에 신곡 흥행 기반을 선점하려는 전략이다. 대학축제와 여름 투어, 글로벌 공연 시장까지 이어지는 수익 구조를 고려하면 5월 활동이 사실상 '성수기 진입 관문'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가요계에 따르면 18일 가수 태양과 있지(ITZY), 제로베이스원, NCT 태용이 일제히 새 앨범을 발표했다. 아이오아이도 같은 날 컴백했다. 이어 22일 르세라핌, 26일 앤더블, 29일 에스파가 신보를 내놓는다. 이달 초 활동을 시작한 베이비몬스터까지 더해지며 솔로와 그룹, 신인을 가리지 않은 대규모 활동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배경에는 2026 북중미 월드컵이 있다. 이번 대회는 6월12일부터 7월20일까지 48개국이 참가해 총 104경기를 치르는 역대 최대 규모의 월드컵이다. 대회 기간이 길고 경기 수도 많은 만큼 방송과 온라인, 광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관심이 축구에 쏠릴 가능성이 크다. 기획사들은 스포츠 이슈가 대중의 시선을 장악하기 전인 5월을 신곡 홍보의 적기로 보고 있다.


월드컵을 경계하는 이유는 단순한 시청률 하락 때문만은 아니다. 대중문화 소비의 핵심이 된 '알고리즘 점유율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더 크다. 유튜브와 틱톡 등 플랫폼 추천 화면이 월드컵 콘텐츠로 채워지면 신곡 관련 영상은 자연스럽게 뒤로 밀린다. 이는 광고 수익과 직결되는 조회수 감소로 이어진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월드컵 기간에는 홍보비를 두 배로 써도 평소의 절반 수준 효과를 내기 어렵다"며 "경쟁이 치열하더라도 5월에 승부를 거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신곡이 대중에게 충분히 노출될 시간도 필요하다. 음악방송과 쇼케이스, 대학축제, 페스티벌 무대를 거치며 화제성을 이어가야 곡의 생명력이 길어진다. 5월에 컴백해야 6~7월까지 신곡 효과를 이어가며 여름 투어의 명분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특히 대학축제는 핵심 홍보 무대로 꼽힌다. 5월 중간고사가 끝난 뒤 전국 대학에서 열리는 축제는 K팝 가수가 팬덤 밖 청년층과 만날 수 있는 드문 기회다. 콘서트장이 팬 중심 공간이라면 대학축제 객석에는 노래를 잘 모르는 관객도 섞여 있다. 현장 반응은 곧 인지도 상승으로 이어진다.


입소문 효과도 크다. 관객이 촬영한 '직캠' 영상은 공연 직후 인스타그램 릴스와 유튜브 쇼츠 같은 숏폼 플랫폼을 통해 빠르게 확산한다. 15초 안팎의 짧은 영상이 알고리즘을 타고 퍼지며 노래 전체 흥행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차트에서 사라졌던 곡이 영상 하나를 계기로 역주행하는 사례가 늘면서 기획사들은 지상파 음악방송만큼이나 대학축제 섭외에 공을 들이고 있다.


홍보 방식 변화도 5월 컴백을 부추겼다. 이제는 앨범 발매 첫날 성적보다 신곡을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노출하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숏폼 챌린지부터 무대 위 표정 하나까지 모두 콘텐츠로 소비되면서 노래의 생존력을 좌우한다.

그래픽 김다희

그래픽 김다희

원본보기 아이콘

여름 공연 시장과의 연결고리도 크다. 기획사 입장에서 새 앨범은 공연과 팬미팅을 여는 명분이 된다. 5월부터 활동하며 인지도를 쌓아야 여름철 집중되는 국내외 투어와 페스티벌에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음반 판매를 넘어 공연과 굿즈 판매로 이어지는 매출 구조의 출발점인 셈이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K팝 무대가 해외로 확대되면서 대형 기획사들은 7~8월 북미·유럽 투어 일정을 미리 확정하고 있다. 5월 발표한 신곡이 두 달가량 글로벌 차트에서 존재감을 유지해야 현지 공연 흥행도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여러 팀의 활동 시기를 조율해야 하는 대형 기획사 특성상, 6월 월드컵과 7월 휴가철 사이인 5월이 가장 효율적인 시기로 꼽힌다.


다만 모두가 웃는 것은 아니다. 화제성이 분산되면서 음악방송 1위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해졌다. 특히 신인은 대형 가수들의 존재감에 가려 주목받기 어려운 구조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대형 기획사 아이돌은 플랫폼을 장악하지만 중소 기획사 신인은 존재를 알리기조차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컴백 쏠림 현상이 장기화할 경우 가요계 다양성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가요계의 '5월 붐'은 K팝이 단순히 듣는 음악을 넘어 보고 즐기는 콘텐츠 중심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업계 관계자는 "월드컵은 방송 편성부터 온라인 화제성까지 빨아들이는 블랙홀과 같다"며 "기획사들이 6월을 피해 5월에 컴백을 집중시키는 것은 미디어 노출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생존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AD

제프 벤자민 칼럼니스트는 "글로벌 K팝 팬덤은 월드컵 같은 초대형 이벤트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5월에 미리 존재감을 확보해야 7~8월 북미·유럽 투어의 티켓 파워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