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만 올리면 공정위 뜬다"…로펌 공정거래팀 尹 정부서 ‘손가락 빨다’ 수요 폭증, 몸값도 덩달아 뛰어[공정위 퇴직 후 로펌행]
로펌 업계 “전문성 없으면 실전 불가능”
경찰대 출신 변호사처럼 ‘귀하신 몸’
대형 로펌이 공정거래위원회 퇴직 간부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영입하는 배경에는 현 정부 들어 급격히 강화된 공정위의 조사 강도와 기업들의 위기감이 자리 잡고 있다.
5대 로펌의 한 파트너 변호사는 "지난 정부에서는 공정위가 사실상 일을 하지 않아 대형 로펌 공정거래그룹이 손가락을 빨 정도였다"며 "하지만 이번 정부 들어서는 '가격만 올려도 공정위가 현장에 나온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조사 건수가 급증하면서 공정거래 대응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조사 기법과 내부 분위기를 아는 전문성이 없으면 대응 자체가 쉽지 않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공정위의 조사 확대는 각종 수치로도 확인된다. 올해 1분기 공정위 직원이 접촉한 외부인은 총 1087명으로, 외부인 접촉 보고 제도가 시행된 2018년 이후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도 37% 증가한 수치다. 특히 단순 안부 인사 등 '사건과 무관한 접촉'은 감소한 반면, 자료 제출과 진술 조사, 현장 조사 등 실질적인 '사건 관련 접촉'은 지난해 1분기 266건에서 올해 406건으로 53% 급증했다.
공정위의 제재 규모도 가파르게 커지고 있다. 올해 1월부터 4월 말까지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과태료는 총 36건, 1조680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부과액(3547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제지·설탕·밀가루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품목에 대한 대규모 담합 조사가 잇따라 진행된 데다, 감시 대상인 공시대상기업집단 수 역시 올해 102곳까지 늘어나면서 기업과의 접촉면 자체가 크게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공정위가 과거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렸던 조사국 부활까지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기업들의 긴장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공정위는 하반기 조직개편을 통해 현재 조사관리관 산하 7명 규모인 중점조사팀을 30~40명 규모의 조사국으로 확대·격상하는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국이 신설될 경우 특정 혐의에 한정되지 않고 산업 전반을 들여다보는 기획조사 기능이 대폭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기업들 사이에서는 공정위 조사가 시작되면 "회사의 사지가 찢길 수 있을 정도의 리스크"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를 방어하기 위해 기업들은 자문 로펌에 공정위 내부 논리를 꿰뚫는 전관 영입을 요구하거나, 아예 기업 내부에 '실무형 전관'을 직접 배치하는 방식으로 대응력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로펌 시장에서 공정위 전관의 위상은 수사권 조정 이후 몸값이 치솟은 경찰대 출신 로스쿨 변호사들에 비견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과거에는 형사사건 대응을 위해 판·검사 출신 전관 영입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기업 지배구조와 규제 리스크 대응 차원에서 국세청·금융감독원·공정위 출신 인사들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최은석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로펌으로 이직한 공정위 전관들의 평균 연봉은 8757만원에서 2억9864만원으로 약 3.4배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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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현상은 공직 사회 내부의 공기도 바꾸고 있다. 최근 행정고시 합격자들에게 공정위의 인기가 높은 것도 퇴직 후 재취업 경쟁력이 다른 부처보다 낫다는 인식이 일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행시 재경직 수석 합격자 5명 중 3명이 공정위를 희망부처 1순위로 선택, 입직했다. 나머지 2명은 기획재정부(현 재정경제부)를 선택했다. 세종 중앙부처의 한 관계자는 "고시와 연수원 성적을 합쳐 10위 이내의 최상위권이 아니면 공정위행을 장담하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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