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제재안 돌려보낸 금융위…금융위·금감원 '불편한 기류' 다시 수면 위로
금융위, 석 달 간 결론 못내고 재검토 요구
대형 제재안 제동은 삼바 사태 이후 8년만
과징금 경감 필요성 공감 금감원 "작량 감경 권한 없어"
홍콩 ELS 놓고 금융위·금감원 미묘한 시각차 노출
금융위원회가 은행권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사태 제재안을 금융감독원에 돌려보냈다. 금융위가 대형 제재 사안에서 금감원 제재안에 제동을 건 것은 2018년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기준 위반 재감리 요구 이후 8년 만이다.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금융위와 금감원 간 미묘한 긴장 관계가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전날 정례회의를 열고 홍콩H지수 ELS 불완전판매 관련 안건을 상정한 뒤 금감원에 재검토를 요구했다. 금융위는 "은행·증권사 검사 결과 조치안의 일부 사실관계와 적용 법령·법리 등을 보완해줄 것을 금감원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2월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등 5개 은행의 홍콩 ELS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총 1조4000억원 규모의 과징금과 기관경고를 의결했다. 금감원의 조치안은 통상 금융위 안건소위원회 등의 검토를 거쳐 정례회의에서 최종 확정된다. 하지만 금융위가 안건을 넘겨받은 지 석 달이 지나도록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서 과징금 규모를 두고 고심이 상당하다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결국 금융위가 사실관계 보완 등을 이유로 재검토를 요구하면서 금감원의 원안을 그대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공식화한 셈이다.
이처럼 금융위가 장고 끝에 재검토 카드를 꺼낸 배경에는 금감원이 결정한 과징금 규모에 대한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감원 원안대로 과징금이 확정될 경우 은행권의 자본 여력이 약화할 수 있으며, 이는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생산적 금융' 기조와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금융회사들과의 행정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한 점 역시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홍콩 ELS 사태는 2021년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이후 첫 대형 제재 사례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과징금을 지나치게 낮출 경우 금융권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 역시 금융위로서는 부담이다. 이 같은 딜레마로 금융위 내부에서는 당초 금감원이 제시한 과징금 규모 자체가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문제 의식이 있었다.
금감원 내부에서도 은행권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은행들의 자율배상 노력과 생산적 금융 기조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찬진 금감원장 역시 최근 외부 행사에서 생산적 금융을 위해 은행권 홍콩 ELS 과징금 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금감원은 재량으로 과징금을 낮춰주는 '작량 감경' 권한이 없는 만큼, 최종 조정은 금융위 몫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감원장은 제재심의위원회의 논리를 방어해야 하지만, 금융위 논의 과정에서는 과징금 감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며 "이번 금융위의 보완 요구는 정례회의에 참석하는 금융위원이기도 한 금감원장과 금융위 간 논의 결과로 안다"고 말했다.
관건은 금감원이 재검토 과정에서 과징금 규모를 어느 수준까지 조정하느냐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실관계 보완 과정에서 과징금 조정 가능성이 열려 있다"며 "새로운 조치사항이 발생할 경우 제재심을 다시 열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음 회의에서 논의할 수 있도록 최대한 신속히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제재안에는 은행의 위험등급 분류·적용 문제, 증권사의 설명의무 위반 등 서로 다른 사례임에도 유사한 양정 기준이 적용된 경우 등이 있어 일부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기술적인 측면이 큰 만큼 금감원은 실제 감경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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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이번 홍콩 ELS 제재안 재검토 요구는 금융위가 과징금 상당폭 감경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편 등 여러 현안을 둘러싸고 이어져 온 금융위와 금감원의 시각차와 불편한 기류가 이번 사안에서도 다시 드러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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