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동조화의 역습 거대한 '공통의 오류'
유동성 증가하지만 실질적 정보량 줄어
기계의 오류가 시장 전체 방향성 결정
컴퓨팅 연산능력보다 독창적 관점 중요

[The View]모두가 같은 정답을 볼 때 금융시장은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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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월가를 비롯한 국제 금융시장에서 인공지능(AI)의 도입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방대한 데이터를 순식간에 처리하고 숨겨진 패턴을 찾아내는 인공지능은 분명 투자자들에게 강력한 무기다. 많은 전문가는 이러한 첨단 기술이 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을 향상하고 시장을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시장 참여자 대다수가 비슷하거나 같은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할 때도 과연 시장은 더 안전하고 똑똑해질까?


전통적인 금융시장 이론에서 시장이 똑똑한 이유는 수많은 투자자가 각기 다른 정보와 시각을 가지고 거래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판단에는 오류가 있을 수 있지만, 수많은 거래가 모이면 개별적인 오류는 서로 상쇄되고 자산의 진정한 가치만이 가격에 반영된다. 이것이 이른바 집단지성의 원리이자 시장의 가격 발견 메커니즘이다.

하지만 인공지능 시대에는 이 전제가 심각하게 흔들린다. 주요 금융기관들이 동일한 기저 모델이나 인공지능 아키텍처를 바탕으로 투자 전략을 짜게 되면, 이들이 내리는 결론은 필연적으로 비슷해질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특유의 편향이나 오류마저도 모든 투자자에게 공통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의 정보 해석과 판단 기준에 강한 동조화 현상이 발생한다.


과거에도 단순한 프로그램 매매가 초래한 순간적인 폭락 사태가 존재했다. 하지만 지금의 인공지능은 단순한 가격 추종을 넘어 뉴스 기사나 경제 지표를 스스로 해석하고 판단을 내린다는 점에서 과거와 차원이 다르다. 시장을 구성하는 수많은 인공지능이 특정 경제 지표를 같은 방식으로 오독한다면, 그 파급력은 단순한 기계적 오류를 넘어선다.

더욱 역설적인 것은 이러한 인공지능의 군집화가 겉보기에는 시장을 더 원활하게 만드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기술 채택이 집중될수록 시장의 유동성은 오히려 풍부해지는 경향이 있다. 시장에 유입되는 대규모 매수나 매도 주문이 진정한 호재나 악재 때문인지 아니면 단순히 인공지능의 공통된 판단 때문인지 시장 조성자들이 구분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들은 가격을 급격히 변동시키기보다는 밀려드는 주문을 그대로 소화하며 더 많은 유동성을 공급하게 된다.


그러나 이면을 들여다보면 시장의 질적인 수준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유동성은 늘어났지만, 정작 그 거래들이 담고 있는 유의미한 정보의 양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모두가 같은 인공지능 시스템의 결론에 의존하므로 시장에 새로운 독창적 정보가 반영되는 정도는 명백한 한계에 부딪힌다. 겉보기에는 거래가 활발하고 안정적인 시장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산의 적정 가격을 찾아가는 시장 본연의 기능이 퇴색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결국 금융시장의 내재적 취약성을 극도로 키운다. 과거에는 투자자 개개인의 실수가 서로 상쇄되어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했다. 그러나 모두가 같은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환경에서는 기계가 범하는 오류가 시장 전체의 방향성을 결정짓게 된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개별적인 인간의 실수는 사라지고 거대한 공통의 오류만이 시장을 지배하게 되는 셈이다. 이는 시스템적 오판이 겹치면서 자산의 가격 책정 오류를 심화시키고, 특정한 외부 충격 없이도 시장이 급락하거나 급등하는 시스템 리스크를 유발한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왜 이런 위험을 알면서도 비슷비슷한 기술을 계속 사용할까. 이는 정보 획득에서 공유지 비극으로 설명할 수 있다. 개별 투자자로서는 자신만 독자적이고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치를 유인이 없다. 남들이 쓰는 성능 좋은 범용 모델을 가져다 쓰는 것이 당장 거래 비용을 줄이고 수익을 내는 데 유리해 보이기 때문이다. 각자는 지극히 합리적인 거래 선택을 했지만, 그 결과 시장 전체의 정보 다양성이라는 귀중한 공공재가 파괴되는 비극을 낳는다.


결국 기술의 고도화가 조건 없는 시장의 효율성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앞으로의 금융시장에서 진정한 경쟁력과 안정을 좌우하는 것은 컴퓨팅 연산 능력이 아니라, 얼마나 남들과 다른 독창적인 관점을 유지하고 기술적 획일성에서 벗어나느냐에 달렸다. 금융 당국 역시 단일화된 알고리즘이 초래할 수 있는 정보의 동질화 현상과 시스템 리스크를 자세히 감시해야 한다. 모두가 정답이라고 믿는 하나의 화면만 바라볼 때, 시장은 가장 위험한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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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규 미국 윌래밋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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