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하회마을 ‘신과 마을을 잇는 제의’…정월대보름 동제 봉행
31년째 산주 김종흥 장승 명인,
탈춤·장승 제작으로 공동체 전통 이어
경북 안동 세계유산 하회마을에서 정월대보름을 맞아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동제(洞祭)와 달집태우기 기원제가 봉행 되며 전통 공동체 의례의 깊은 의미를 되새겼다.
지난 3월 3일 열린 이번 행사는 세계유산 역사 마을 하회가 수백 년간 이어온 민속 제의와 공동체 신앙을 재현하는 자리로, 마을 주민과 방문객들이 함께 참여해 전통의 시간을 공유했다.
이날 동제의 중심에는 31년째 하회마을 '산주(山主)'로 제의를 주관해 온 타목(打木) 김종흥 장승 명인이 있었다. 산주는 하회마을의 대표적인 제사장 역할을 맡는 인물로, 정월대보름 동제와 하회별신굿 탈놀이 등 마을의 중요한 의식을 앞두고 신을 모시는 의례를 담당한다.
김종흥 산주는 하회마을에서 탈춤을 추고 장승을 깎는 전통 장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하회별신굿 탈놀이가 시작되기 전 신내림 의식을 통해 신과 인간을 잇는 사제자적 존재로 평가된다. 마을 공동체에서는 산주가 신과 교감하며 제의를 주관하는 상징적 인물로 인식돼 왔다.
이번 동제에서도 김 산주는 주민들과 함께 탈춤을 추며 제의의 의미를 되새기고, 직접 장승을 제작하는 의식을 통해 마을 수호신앙의 전통을 재현했다. 장승은 하회마을에서 마을의 경계를 지키고 액운을 막는 상징물로, 동제와 함께 세워지며 공동체의 안녕을 기원하는 역할을 한다.
하회마을의 정월대보름 동제와 달집태우기는 마을 사람들이 한 해의 액운을 태워 보내고 풍요와 평안을 기원하는 대표적인 세시풍속이다. 주민들은 제사를 지낸 뒤 달집에 불을 붙이며 마을의 평안과 풍년을 염원했다.
특히 세계유산 하회마을에서는 이러한 의례가 단순한 민속행사를 넘어 하회별신굿 탈놀이와 함께 이어져 온 공동체 신앙과 생활문화의 핵심 요소로 평가된다.
김종흥 산주는 "동제는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마을이 한 해를 시작하며 신과 사람, 자연이 함께 어우러지는 의식"이라며 "앞으로도 하회마을의 전통 제의와 탈춤 문화가 이어질 수 있도록 산주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역 문화계에서는 하회마을이 세계유산으로서 가치를 인정받는 이유를 건축과 경관뿐 아니라 공동체가 이어온 살아 있는 전통문화에서 찾고 있다.
한 문화연구자는 "하회마을의 동제와 별신굿 탈놀이는 공동체 신앙과 예술이 결합한 독특한 문화유산"이라며 "김종흥 산주처럼 수십 년 동안 제의를 이어온 전승자들이 있어 전통의 맥이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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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의 진정한 가치는 눈에 보이는 문화재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하회마을에서 이어지는 동제와 별신굿 탈놀이는 공동체가 신과 자연, 사람의 질서를 함께 지켜온 삶의 방식이다. 31년째 산주로 제의를 이어온 김종흥 명인의 존재는, 하회마을의 전통이 단순한 문화행사가 아니라 살아 숨 쉬는 공동체 문화유산임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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