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SMR 도입…2030년 가동
민간 투자 유도 위해 2억 유로 보증

유럽연합(EU)이 과거의 탈원전 기조를 전략적 실수라고 인정했다. 원자력을 재생에너지와 함께 미래 에너지 안보의 핵심축으로 세우는 대전환을 선언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면서 에너지 가격이 요동치고 '원전 부활'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에너지 전략을 대대적으로 수정하고 나섰다.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불로뉴빌랑쿠르의 ‘센 뮤지컬(Seine Musicale)’ 공연장에서 열린 원자력 에너지 정상회의(Nuclear Energy Summit)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연설을 하고 있다. 파리(프랑스)=AFP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불로뉴빌랑쿠르의 ‘센 뮤지컬(Seine Musicale)’ 공연장에서 열린 원자력 에너지 정상회의(Nuclear Energy Summit)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연설을 하고 있다. 파리(프랑스)=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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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원자력기구(IAEA) 원자력 에너지 정상회의 연설을 통해 "현재 중동 위기는 화석 연료 수입국으로서 유럽의 취약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신뢰할 수 있고 저렴한 저탄소 에너지원을 포기한 것은 실수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유럽은 원자력과 재생에너지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역내 생산 저탄소 에너지가 필요하다"며 "향후 EU는 재생에너지와 더불어 차세대 원자력 발전소 도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원자력 발전 비중이 1990년에는 3분의 1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약 15%에 불과하다"며 차세대 원전의 '글로벌 허브'가 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집행 기구인 EU 집행위원회가 소형모듈원자로(SMR) 도입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MR은 전기 출력이 최대 300㎿인 원자로로, 대부분의 원자력 발전소 출력이 약 1000㎿인 것에 비해 낮다. 모듈 형태로 제작돼 유연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2030년대 초 가동을 시작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EU 집행위원회는 EU 내 원자력 관련 규제 통일을 추진하고 신기술에 대한 민간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2억유로(약 3000억원) 규모의 보증을 지원할 방침이다. 위원회는 유럽이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 외에도 저렴한 에너지 공급이 유럽의 산업 경쟁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IAEA 원자력 에너지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파리(프랑스)=EPA연합뉴스

왼쪽부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IAEA 원자력 에너지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파리(프랑스)=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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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일본 후쿠시마 사고의 교훈은 여전히 남아있다"면서도 "원자력 발전은 경쟁력, 탈탄소화, 에너지 주권이라는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게 해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자력 발전의 활성화를 위해 "전 세계에 가동 중인 원전을 계속 운용해야 한다"며 "국가 간 표준화를 추진해 SMR 같은 공동 원자로 개발을 용이하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같은 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개인적으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과 같은 의견"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전환에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피력했다. 그는 "이전 연방정부가 탈원전을 결정했기에 독일에 달라지는 건 없을 것"이라며 2011년 진행된 독일의 탈원전 정책을 두고 "그 결정은 돌이킬 수 없다. 유감스럽지만 현실이 그렇다"고 말했다. 메르츠 정부는 수년간 해체 작업 중인 원전을 재가동하려면 신규 건설에 버금가는 복구작업이 필요해 원전 복귀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이후 상당수 유럽 국가들은 탈원전 기조를 유지했고, 독일이 앞장섰다. 당시 앙겔라 메르켈 정부의 주도로 과감한 탈원전 행보를 보였다. 그 뒤를 이은 중도좌파 숄츠 행정부도 2023년 탈원전을 완료한 바 있다.


탈원전 동력은 유럽 경제가 침체에 빠지고 산업계에서 저렴한 전기료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약화했다. 2024년 EU 전체 발전량 중 재생에너지 비중이 47%에 달했다. 그러나 송전 시설 등 인프라 구축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스페인 등 일부 국가에서는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 감소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으며, 최근 이란의 긴장된 국면도 에너지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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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탈리아 정부는 1987년의 탈원전 결정을 뒤집었으며,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2019년 5월 원전 부활을 위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정부의 정책 변화에 발맞춰 이탈리아 전력 대기업 에넬(Enel)은 방산 대기업 레오나르도(Leonardo)와 협력해 같은 해 5월 차세대 SMR 연구 및 시장 조사를 위한 회사를 설립했다. 벨기에와 리투아니아 등 다른 국가들도 현재 신규 원전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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