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대출 환매 확산에 시장 검증 국면

리테일(개인 투자자 대상) 자금이 몰린 사모대출 시장에서 환매 압력이 커지며 산업 전반이 시험대에 올랐다. 글로벌 사모펀드 블루아울의 비상장 BDC(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에서 시작된 환매 이슈는 사모대출 펀드의 NAV(순자산가치) 신뢰성 논쟁으로 이어지며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같은 전략을 사용하는 상장 BDC 역시 NAV(순자산가치) 대비 주가 할인 폭이 확대되는 등 투자 심리 위축이 나타나는 모습이다.

BDC(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
펀드 자산의 절반 이상을 성장 가능성이 높은 비상장 벤처기업 등에 분산 투자해야 하는 일종의 공모펀드다. 기존 혁신·벤처 투자가 고액 자산가와 기관 중심의 사모펀드로 제한됐던 것과 달리, 일반 투자자도 간접 투자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10일 하나증권 이영주 연구원은 "사모대출 시장 전반의 자산 가격이 흔들리고 있다고 해석하기는 어렵지만, 중요한 것은 향후 자산 매각이 어떤 속도로 확대되는지 그리고 이러한 흐름이 다른 펀드로 확산하는지 여부"라고 밝혔다.


최근 사모대출 시장의 핵심 이슈는 리테일 사모대출 펀드에서 나타난 환매 증가다. 대표 사례가 블루아울의 비상장 BDC인 OBDC II다. 리테일 사모대출 펀드는 보통 분기마다 NAV의 약 5% 범위에서 환매를 허용한다. 문제는 투자 자산 대부분이 중견기업 대상 직접대출이라는 점이다. 이런 대출 자산은 공개 시장에서 즉시 매각하기 어렵기 때문에 환매 요청이 급증하면 운용사가 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마련해야 하는 구조다.

블루아울은 기존 분기 환매 구조를 종료하고 투자자에게 45일 내 NAV의 약 30%를 환급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환급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OBDC, OBDC II, OTIC 등 3개 BDC에서 총 14억달러 규모의 대출 자산을 매각했다. 매각 가격은 액면가 대비 99.7% 수준이었다. 규모 자체는 전체 시장을 흔들 정도는 아니었지만, 사모대출 자산의 실제 유동성에 대한 시장 관심을 크게 높인 사건이었다.


이번 사건 이후 시장의 관심은 NAV 신뢰성 문제로 이동했다. 사모대출 펀드의 NAV는 대부분 내부 평가 모델을 통해 산출되는 장부 가격이다.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이 아니라는 점에서 항상 논쟁이 존재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크레딧 헤지펀드가 블루아울의 비상장 BDC 지분을 NAV 대비 약 20~35% 할인된 가격에 공개매수하겠다고 제안하면서 시장의 의문이 커졌다. 투자자들이 장부가와 실제 거래 가격 사이의 차이를 확인하려는 '가격 발견(price discovery)' 움직임이 나타난 것이다.

환매 압력이 확대되면서 운용사들의 대응 방식도 엇갈렸다. 블랙스톤의 리테일 사모대출 펀드에서는 환매 요청이 약 7~8% 수준까지 증가했지만, 임직원 자금을 활용해 일부 환매 물량을 직접 매입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자산을 급하게 매각해 NAV 훼손 가능성을 높이기보다 내부 자금으로 환매 수요를 흡수한 것이다. 반면 블랙록의 HLEND는 환매 요청이 약 9.3%까지 늘어나자 펀드 규정에 따라 분기 환매 한도인 5%만 적용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같은 시장 상황에서도 운용 전략 차이가 나타난 셈이다.


상장 BDC, 주가 디스카운트로 불안감 반영

물음표 붙은 사모대출 비즈니스 …BDC도 덩달아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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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테일 사모대출 펀드의 불안은 상장 BDC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상장 BDC는 투자자가 환매를 요청하는 구조가 아니라 주식시장 거래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한다. 투자자가 주식을 매도하면 다른 투자자가 이를 매수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펀드 자산 자체는 줄어들지 않는다. 대신 NAV 대비 주가 할인 폭이 확대되는 형태로 시장 불안이 반영된다.


그렇다고 사모대출 산업 자체의 성장성이 약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연구원은 "지난 20여 년 동안 사모대출 시장은 미국 중견기업의 중요한 자금 공급 역할을 해왔다"며 "팬데믹 이후 소프트웨어 산업 성장 과정에서도 핵심 자금원이었고 최근에는 AI 인프라와 데이터센터 투자로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시장 환경은 이전보다 까다로워지고 있다. 일부 운용사 포트폴리오에서는 자산 가치 하향 조정 사례가 나타났고, 특히 소프트웨어 기업 대출 비중이 높은 경우 성장 기대와 실제 현금흐름 사이의 괴리가 부각되고 있다. 여기에 금리 하락과 경쟁 심화까지 겹치면서 BDC의 수익 환경도 이전보다 어려워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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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앞으로 사모대출 시장에서는 운용사별 포트폴리오 전략과 자산 관리 능력이 중요한 차별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원은 "큰 조정 없이 빠르게 확장되어 온 사모대출 비즈니스 구조가 이제 실제 시장 환경 속에서 검증되는 국면에 들어서면서, 같은 사모대출 영역이라도 운용사와 포트폴리오 전략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구간이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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