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국감] 재무 상태 나빠도 '우수등급?'…조달청 신용평가 관리 부실
재무 상태가 부실한 기업이 손쉽게 공공조달 시장에 진입하는 구조적 모순이 드러났다. 조달청이 공공조달 참여 업체의 신용등급을 산정할 때 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NICE신용평가 등 자본시장법상 주요 신용평가사와 신용정보법상 일반 신용평가사를 구분하지 않고 동일한 효력으로 인정하면서 생긴 부실이다.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일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인천 연수을)이 조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일반 신용평가사가 매긴 등급이 주요 신용평가사보다 최대 8단계 높게 부풀려진 사례가 확인됐다.
예컨대 매출 4조3765억원, 영업이익 4565억원, 부채비율 163% 수준의 철도차량 제작업체 A사는 주요 신용평가사로부터 'A+' 평가를 받았지만, 일반 신용평가사로부터는 2단계 높은 'AA' 등급을 받았다.
또 다른 철도차량업체 B사는 매출 5448억원, 영업이익 315억원, 부채비율 435%로 주요 신용평가사에서는 'BB', 일반 신용평가사에서는 'A+' 등급을 받아 7단계를 높였다.
매출 3015억원, 영업이익 76억원, 부채비율 155%의 C사의 경우도 낮은 재무 건전성에도 불구하고 일반 신용평가사로부터 'A'등급을 받아 주요 신용평가사의 'BB-'보다 등급이 8단계 높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실제 재무 상태와 동떨어진 과도한 등급 인플레이션이 공공조달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린다는 점이다.
이는 평가체계 기준이 지나치게 느슨해 생긴 결과물로 일반 신용평가사는 법이 정한 6가지 요건 중 1가지만 충족해도 평가를 시작할 수 있으며 수수료를 추가로 부담하면 하루 만에 등급 결과를 발급한다. 졸속 평가를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주요 신용평가사는 7개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평가를 시작한다. 또 평가에 통상 20일 이상이 소요돼 일반 신용평가사와 차이를 보인다. 이 때문에 공공시장에 진입하려는 기업 사이에서는 '빠르고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는 일반 평가사를 찾아다니는 '등급 쇼핑'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등급 쇼핑 등으로 생기는 부실 평가는 공공사업 납품 차질에도 영향을 준다. 실례로 B사는 코레일 전동차 490량을 제때 납품하지 못했고, 서울교통공사 전동차 336량을 1년 넘게 미납한 상태다. 또 C사는 EMU-150 전동차 474량 납품이 지연돼 법적 분쟁을 진행하는 중이며 선금 사용 내역도 불투명해 감사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은 "일부 중소 평가사의 경우 '급행 수수료만 내면 하루 만에 A+ 발급 가능' 등의 광고를 내세워 사실상 돈으로 사는 등급 장사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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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실제 재무 상태와 동떨어진 신용등급은 공공조달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세금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며 "조달청의 신용평가 체계를 전면 재검토하고 평가 기준과 절차의 공정·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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