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동4구역 철거 중 사고, 공사비 조율에
3년 이상 착공 지연…내부 갈등 여전
조합원 대부분 고령에 수입원도 없어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전경. 민찬기 기자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전경. 민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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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붕괴 사고와 공사비 조율 등으로 인해 광주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이 기존보다 수년간 지연되면서 강제 이주한 원주민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고령의 어르신들로 마땅한 수입원 없이 생활고를 겪으며 떠돌고 있다.


24일 광주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 등에 따르면 이 재개발 사업의 총 세대수는 2,299세대다. 이 중 약 660세대가 조합원(원주민 330여세대)이고, 나머지는 일반 분양권자다.

학동4구역 재개발 사업은 지난 2022년 상반기 착공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철거과정 중 참사(사망 9·부상 8)가 발생하면서 철거공사가 1년 5개월간 중단됐다가 재개됐다. 이 과정에서 불법 재하도급, 로비 의혹, 부실 공법, 조합장 비위 등이 불거지면서 사업 지연에 한몫했다.


게다가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이 지난 2022년 6월 시공권을 유지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이유로 조합에 공사비 508만원 등 14가지 혜택을 제안했는데, 돌연 지난해 9월 원자잿값·인건비 상승 등을 이유로 평당 공사비 698만원을 요구했다. 때문에 조합 측에서 현산과 공사비 협상이 10개월간 진행됐고, 공사비 인상안 등을 담은 총회를 거치면서 착공이 기존보다 3년여간 미뤄졌다.

아직 착공이 확정된 것도 아니다. 조합 내에선 일부 조합원이 공사비가 과다 인상됐다는 주장에 따라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다음 달 총회에서 관리처분변경안이 가결돼야 올해 내 착공될 것으로 보인다.


사업이 지연되면서 피해는 원주민에게 그대로 전가된다. 지난 2018년 관리처분인가 당시 최초 조합원 분양가는 930만원대였으나, 공사비가 인상되고 사업비 등이 늘어나 현재는 평균 1,220만원 수준까지 늘어났다.


또 수십년간 학동4구역에서 거주하거나 사업을 진행했던 이들한텐 사업이 지연될수록 이주 비용과 생활비 등의 부담이 커진다. 더욱이 대부분의 조합원이 70~80대 이상의 어르신들로 구성돼 마땅한 수입도 없다.


실제 학동4구역 조합원 A씨의 경우 지난 2019년 이후 이사만 3번을 다녔다. 이사에 든 비용만 4,400만원. A씨는 1990년대부터 학동4구역에 거주했는데, 다시 보금자리를 찾을 것이라 생각하고 월세로 살다 지난 2023년 대출을 받고 다른 주택을 매매했다.


A씨는 "주택 매매 과정에서 대출을 받으면서 매달 이자로만 100만원 상당을 지출하고 있다"며 "조합에서는 단순히 공사비와 분양가만 보는 것이 아닌 조합원들이 장기간 이주로 인해 늘어난 피해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 사업을 진행하지 못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1990년대부터 학동4구역에서 셀프세차장을 운영했다는 B(75)씨는 재개발 사업으로 인해 다른 곳에 사업장을 차리려고 했으나, 이주비가 턱없이 부족해 땅만 사놓은 채 수년간 사실상 방치돼 있다. 재개발한다며 쫓겨나다시피 했지만, 권리가액의 3분의 1 정도만 받아 다른 곳에 사업을 할 수 없다는 것이 B씨의 주장이다.


고령인 B씨의 유일한 수입원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노인 일자리뿐이다. B씨는 "재개발 사업이 마무리된다면 분양권을 팔고 목돈을 마련해 사놓은 땅에 세차장을 차릴 계획이었다"면서 "하지만 사업이 지연되니 대출을 빌려 마련한 땅은 방치된 상태다. 결국 대출 이자만 내면서 이주비만 까먹고 있는 상황이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조합원 70대 C씨는 개인 사업이나 임대 등으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이번 재개발 사업에 상가 분양권을 얻었다. 때문에 재개발이 지연되는 동안 다른 곳에 개인 사업도 차리지 못하고 발이 묶였다. 수입원도 없어 지난 2019년 받았던 이주비 대출도 얼마 남지 않았다.


C씨는 "조합은 장기간 이주로 인한 조합원들의 피해를 고려해야 한다. 단순히 공사비와 분양가를 놓고 따질 것이 아니라, 이주가 지연되면서 수입이 없는 개인별 피해를 인지해야 한다"며 "착공이 되기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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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조합 관계자는 "조합은 조합원의 재산 가치와 사업 안정성 두 가지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운영해왔다. 공사비 인상 등 아쉬운 부분은 있을 수 있겠으나, 사업 착공이 지연됨에 따른 조합원들의 피해를 고려하며 시공사와 입장 대립 과정이 있었다"며 "최종 시공사의 제안안을 총회 안건으로 상정한 결과, 다수 조합원이 수용했다. 사업이 안정적으로 추진된다면 조합원의 재산 가치 또한 지킬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호남취재본부 민찬기 기자 coldai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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