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협약·홍보 다해놓고 예산 나중에 제출
"군민 세금 6억 쓰면서 의회는 요식 절차로"

전남 해남군이 세계적인 골프대회인 LPGA 레이디스 챔피언십 유치 과정에서 군의회와 공식적인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드러나 '의회 패싱' 논란에 휩싸였다.


1일 해남군의회에 따르면 군은 지난달 8일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와 '2025 LPGA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해남대회' 개최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해남군의회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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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해남군은 "국내 유일의 LPGA 정규투어가 수도권과 부산을 넘어 전남에서 처음 열린다"며 보도자료 배포, 언론 간담회, 사회단체 대상 설명회 등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군의회와는 단 한 차례의 공식 보고나 협의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군은 언론 홍보와 대회 준비위원회 구성까지 모든 준비를 마친 상황에서 추가경정예산안에 관련 예산 5억9,500만원을 편성해 의회에 제출했다. 이는 사실상 의회를 사후승인 기관으로 전락시킨 '밀어붙이기식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해남군은 뒤늦게 급히 의원들과의 간담회를 열었지만, 일부 의원들은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특히 간담회 바로 다음 날 예산안 심의가 예정돼 있어 사전 논의 없이 의회가 기정사실화된 사안을 추인하는 구조가 됐다는 점에서 반발이 거세다.

일부 의원들은 "군민 세금이 대규모로 투입될 사업을 일방적으로 확정·홍보해놓고 예산안만 올리는 것은 의회를 단순한 요식 절차로 취급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간담회 개최 바로 다음날 예산안을 심의·의결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의회가 사실상 사후 승인만 하는 위치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민홍일 군의원은 "아무리 좋은 행사라도 군민 대표기관인 의회와의 충분한 소통 없이 추진됐다면 군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며 "수억원의 세금이 들어가는 사업이라면 사전에 투입 대비 효과, 타지역 유사 사례, 장기적 경제적 파급력 등을 면밀히 검토·보고하는 것이 지방행정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군의회는 이번 사안을 '지방자치 원칙을 훼손한 전형적인 독단 행정'으로 규정하며 예산안 처리 여부를 두고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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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군은 LPGA 대회 유치를 지역경제 활성화와 브랜드 가치 재고의 계기로 삼겠다는 입장이지만, 의회를 배제한 채 대규모 예산사업을 추진한 점에서 향후 대응 수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호남취재본부 이준경 기자 lejkg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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