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 정비 노력에도 기업들은 체감 적어… 금융·세금·노동 '3중고'
대한상의 SGI '기업 환경' 보고서
WBES서 70.6% "금융·세금·노동 부담"
부담 큰 기업은 투자 최대 21.1%P↓
규제영향평가 개선에도 행정·규제 부담
R&D 세제지원 증가율, 중국보다 낮아
SGI "체감할 정도의 인센티브 강화 필요"
정부가 기업들의 경영 활동을 저해하는 규제를 개선, 정비하고 있지만 실제 우리 기업들은 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금융접근성, 노동, 세금 부문에서 규제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가 28일 발표한 '한국 기업 환경의 현주소와 새로운 성장을 위한 개선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은행 기업조사(WBES)에서 우리 기업의 70.6%가 금융 접근성(33.9%), 세금 부문(20.9%), 노동 규제(15.8%)를 가장 큰 경영상의 장애물로 꼽았다.
특히 보고서는 이러한 기업들의 인식이 투자 활동에서 큰 차이를 만든다고 짚었다. 실제 통계에선 금융 접근이 어렵거나 세금 부담을 크게 느낀 기업들이 설비 및 무형자산 투자 비율에서 최대 21.1%포인트까지 낮은 수치를 보였다. 노동 규제를 부담으로 본 기업들은 오히려 설비 및 무형자산 투자를 늘리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기업들이 인력 확충 대신 자동화나 기술 개발 중심 전략을 선택하기 때문에 나온 결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규제 관련 지표에서도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의 사정이 확인된다. 우리나라는 2023~2024년 OECD 상품시장규제지수(PMR) '규제 영향 평가' 항목에서 평균(1.86점)보다 낮은 0.9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행정 및 규제 부담' 항목은 2018년과 동일한 수준에 머물러 실질적인 부담 개선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WBES에서도 한국의 인허가 절차 소요 평균 기간이 193.1일로 OECD 평균(18.4일)을 크게 웃돌아 행정 효율성 측면에서 개선 여지가 크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런 결과들에 대해, SGI는 우리 기업들이 규제 체계뿐 아니라 금융, 노동, 세금 등 일상적인 경영 환경 전반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봤다. 가령 우리나라는 은행 등 간접 금융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만 WBES 기준 금융 접근성에 대한 제약 인식 점수는 76.7점으로 OECD 평균(68.1점)보다 높게 나타났다. 점수가 높을수록 금융 접근성에 대해 어려움을 겪는다는 의미다.
세금과 관련된 인센티브에서도 통합투자세액공제, 연구개발(R&D) 세액공제 등 지원책은 있지만 반복적인 단기 일몰 연장과 제한적 적용 범위로 인해 예측 가능성과 체감 효과에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R&D 간접지원(세금 인센티브)의 절대 규모는 주요국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최근 5년간 우리나라의 지원 증가율은 11.3%에 머문 반면, 중국은 같은 기간 25.5%의 증가율을 기록하며 약 3배 수준으로 확대했다.
외국인투자기업들도 우리나라의 규제 환경과 인센티브 체계에 대해 유사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외국인투자기업 경영실태조사(2023)'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44.4%가 한국 산업 발전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규제 개선'을 꼽았다. R&D 활성화를 위한 정책수단으로는 세금 감면(46.9%)과 연구비 지원(23.5%)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SGI는 단순히 제도를 갖추는 것에서 나아가 기업들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예측 가능하고 가시적인 인센티브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규제·인센티브 체계 전반에 대한 실질적 개편 필요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정부와 민간에서도 관련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이재명 정부의 123대 국정과제에는 인공지능(AI) 강국 도약을 위한 과학기술 지원, 국민성장펀드 100조원 조성과 자본시장 혁신, 신산업 규제 재설계 등이 포함돼 있으며 대한상의·한국경제인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3단체는 '기업성장포럼'을 발족해 규모별 차등규제와 관련한 정책공론화를 이어갈 계획이다.
SGI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전략적이고 선별적인 정책 실험을 통해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기업의 성장 여건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구체적 개선 방안으로는 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금산분리 원칙의 탄력적 운용,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유사한 기업 대상 직접 환급 방식의 세제 지원, 기술개발과 시장 선점이 중요한 산업에 한정한 주 52시간제 유연화 등 과감한 제도 실험을 제시했다. 다만 단기간 내 전면 도입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규제 완화 효과를 선별적으로 검증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 단위나 전략기술 중심으로 메가 샌드박스를 설계해 나가는 단계적 접근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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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수 SGI 원장은 "기업 성장에 따라 규제는 늘고 지원은 줄어드는 역진적 구조로는 기업의 성장 유인을 강화할 수 없다"며 "성장하는 기업을 대우해주고 격려해주는 방식으로 인센티브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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