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재추진에 "소송 남용 우려"

여당이 언론 보도로 피해를 입은 데 대해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법안을 다시 추진하자, '피해 구제라는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고, 오히려 부작용만 클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정 분야에만 징벌적 배상을 도입하는 '땜질식 처방'이 사회 전체의 정신적 피해 배상 수준을 높이려는 노력을 가로막고, 다른 사건과의 형평성 문제로 실효성마저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주권 언론개혁 특별위원회 출범식 및 1차 회의에서 언론의 가짜뉴스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추진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주권 언론개혁 특별위원회 출범식 및 1차 회의에서 언론의 가짜뉴스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추진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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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은 오랜 과제인 '위자료 현실화'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위자료 현실화는 교통사고, 강력 범죄, 명예훼손 등 각종 사건에서 지나치게 낮은 정신적 피해 배상액(위자료)을 현실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노력을 말한다.

언론 관계법에 정통한 한 고등법원 판사는 "특허 침해 등 20여 개 법률에 도입돼 적용되고 있는 배액배상제는 산정이 가능한 경제적 피해를 다루지만,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는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여서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 피해 구제를 손쉬운 배액 배상으로 해결해 버리면, 사회 전체적으로 이뤄져야 할 위자료 상향 논의의 동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설령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실제 재판에서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개별법에 아무리 높은 배상액이 규정돼 있어도, 재판부는 다른 사건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소극적으로 판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법원 내 손해배상 연구모임 소속의 한 부장판사는 "배액 배상제도 현재 산발적으로 입법돼 있어 1~5배 차별적으로 보호하는데, 차등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며 "강력 범죄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이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보다 작다고 할 수 없는데, 언론 피해에만 수 배의 배상을 인정하면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땜질식 입법 대신 근본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안으로는 민법상 손해배상 일반 원칙을 재검토하거나, 법원이 자체적으로 위자료 산정 기준을 국민 눈높이에 맞춰 대폭 상향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호문혁 서울대 로스쿨 명예교수는 "위자료를 높이는 데 법리상 특별히 문제가 될 것은 없지만, 법원이 그동안 판례를 맹목적으로 따라가다 보니 위자료를 높일 동력이 부족했다"며 "법원 스스로 양형 기준처럼 손해배상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정립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민주당은 지난 18일 언론개혁특별위원회 간담회를 열고 징벌적 손해배상을 담은 언론중재법 개정을 논의했다.


배액 배상제를 도입하는 대신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 대기업 임원에 한해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을 반드시 거치고, 조정이 불성립한 경우에만 소송을 제기하는 '조정 전치주의'를 명문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민주당은 추석 전 법안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언론중재위원회는 신중한 입장이다. 언론중재위 관계자는 "언론 분쟁은 신속한 해결이 중요하기에 징벌적 손해배상이 소송 남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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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동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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