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현장 혼란만 커진다…금융당국 조직개편 서둘러야
지난 21일 오전 조용하던 금융감독원 기자실에 금감원 일부 직원들의 예고 없는 방문이 있었다. 이들은 금감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처(금소처)를 분리하는 것을 반대하는 내용의 호소문을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금감원 실무직원 1539명이 동의했다는 호소문에는 금소처 분리가 금융소비자 보호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 의문이 많고,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과 혼란만 초래한다는 주장이 담겨 있었다.
금감원과 금소처가 분리되면 금융 감독과 검사, 조사, 피해자 구제 등 금융소비자 보호에 필요한 여러 가지 업무가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지난 11일 금감원 노조가 금소처 분리를 반대하는 성명서를 낸 것에 이어 불과 열흘 만에 다시 금감원 전직원들이 다시 목소리를 내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이는 조직 분리 가능성에 대한 금감원 직원들의 불안감이 어느 때보다 크기 때문이기도 하다.
금감원 분리에 대한 우려는 감독을 받는 입장인 금융사에서도 나온다. 은행이나 증권사 등 금융회사들은 금소처가 분리돼 금융소비자보호원(가칭)이 설립된다면 시어머니가 한 명에서 두 명이 되는 상황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만약 금감원에서 금소원을 분리하고 추가로 감독 기능까지 부여한다면 금융회사들이 너무 많은 제재에 시달릴까 염려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을 둘러싼 혼란은 아직 명확하지 않은 신정부의 금융당국 조직개편과 장기간 이어진 수장 공백 등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국정기획위원회는 기획재정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나눌 계획을 세웠지만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을 어떻게 개편할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에서 국내 금융정책 기능을 재정경제부로 이관하고 나머지를 금감원과 합쳐 금융감독위원회를 설립할지, 아니면 금융위를 존치시킬 것인지조차 아직 불분명한 상황이다. 금융위에 기재부의 국제금융 업무를 이관해 오히려 역할을 키울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금융위와 금감원 조직 개편의 방향성이 명확하지 않은 가운데 금감원 수장 자리는 이복현 전 원장이 지난달 초 퇴임한 이후 두 달째 공석이다. 신임 금감원장으로 누가 올 것이라는 유언비어만 난무한 상황에서 구심점이 없어진 금감원 직원들은 방패막이 사라진 느낌을 받았을 수도 있다. 정권이 바뀌면서 사의를 표명했던 김병환 금융위원장 역시 아직 거취가 확실하지 않아 활동이 제한적이다.
금융당국 컨트롤타워가 부재하면서 갖가지 금융 현안도 처리가 늦어지거나 하염없이 뒤로 밀리는 중이다. 제4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심사 발표가 기약 없이 연기됐고, 금융권 성과보수체계 개편, 상호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개선 방안 마련 등 주요 금융 현안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금융당국 조직 개편이 늦어지면서 당국과 협업해서 일해야 하는 산하기관 수장 인선 또한 밀리고 있다.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두 달째 공석이고 윤희성 수출입은행장도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데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았다. 3대 국책은행 중 2곳의 수장이 공백 상태에 놓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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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혼란을 해소하는 방안은 조직개편을 빨리 마무리하고 수장을 임명하는 방법밖에 없다. 이미 조직개편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밥그릇 싸움마저 시작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현장의 혼란은 커지고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온다. 빠른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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