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 데이즈 오브 디자인(3daysofdesign) 가보니
18~20일 코펜하겐 전역이 디자인 쇼룸으로
공간 창조부터가 디자인의 시작
한국 디자이너 협력 작품도 전시
18일(현지시간) 코펜하겐의 북유럽 최대 디자인 축제 '쓰리 데이즈 오브 디자인(3daysofdesign)' 현장을 찾았다. 디자인에 진심인 기업과 애호가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축제 기간 코펜하겐 도시 전체가 디자인 쇼룸처럼 보였다. 'KEEP IT REAL(진정성 있게 행동하라)'를 슬로건으로 내건 올해 행사는 코펜하겐의 박물관과 영화관, 심지어 물가에 정박해 있는 보트 안까지 디자인 쇼룸으로 변신했다.
300점의 조각상과 왕실 소장품을 전시하는 국립박물관 라피다리움에는 기존에 있던 석고상 앞에 다양한 디자인 브랜드 제품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전시 전문기업 디디케이트는 3daysofdesign 시작과 동시에 오래된 박물관을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는 공간으로 바꿔 놓았다. 피터 모크 디디케이트 대표이사는 "수백 년 전 만들어진 석상과 40여개 디자인 브랜드가 함께 전시되면서 새로운 공간을 창조했다"며 "덴마크 국립박물관이 유럽과 전 세계 차세대 디자인을 조망하는 명소가 됐다"고 말했다.
1935년 문을 연 방음 자재 전문기업 '트롤트텍트'는 독특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제품 일부를 육각형 모양으로 제작해 라피다리움에 전시했다. 거대한 석고상들과의 조화를 생각하면서도 제품을 가장 돋보이게 하기 위함이다. 트롤트텍트 관계자는 "여러 폐기물과 물, 시멘트를 섞어서 만든 제품이기도 하다"면서 "회사는 디자인뿐 아니라 지속 가능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코펜하겐 관광 명소인 뉘하운에 정박해 있는 보트는 디자인을 위한 쇼룸으로 탈바꿈했다. 1898년에 건조된 이 배는 1970년대부터 정박해 현재는 극장으로 쓰이고 있다. 3daysofdesign 행사 기간 6개의 디자인 업체가 이곳에서 제품을 선보인다.
보트 극장 중심에 자리 잡은 신생기업 '아워 소사이어티'는 100여년이 넘는 전통을 가진 기업들 사이에서 젊은 패기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번 축제에서는 다음 주부터 판매할 의자를 처음으로 전시했다. '칸트체어'라고 불리는 이 제품은 한국 디자이너 김예진, 이기영이 합작해 만들었다.
현장에서 만난 이기영 디자이너는 "아워 소사이어티의 지향점과 디자인이 맞아떨어져 재미있게 작업했다"면서 "덴마크 사람들이 키가 크다 보니 처음 잡았던 디자인이 아주 작다는 피드백을 받았고, 사이즈 조정할 때 수정을 많이 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1983년 문을 연 주방가구 전문기업 '키빅'도 신제품을 이곳 쇼룸에 전시했다. 키빅은 전 세계적으로 180개 매장을 운영 중인데, 25개 매장이 집중돼 있는 태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다.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잘 알려진 유명 기업들도 3daysofdesign 기간 동시다발적으로 이벤트를 시작했다. 덴마크 가구 기업 프리츠 한센에서는 디자이너들이 각자의 제품을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고, 행사가 시작되자 사람들로 쇼룸이 가득 메워졌다. 북유럽 최대 유통기업 중 하나인 F&H도 쇼룸을 열었다.
F&H 그룹은 다양한 주방, 다이닝, 거실용품을 파는 40여개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다. 토마스 베네드센 자콥 젠슨 대표이사는 올해 론칭을 앞둔 프렌치 프레스와 컵을 선보이며 "보기에도 매력적이어야 하지만, 실용성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F&H 그룹 제품을 국내 시장에 유통하고 있는 김정현 더블유피 대표이사는 "최근 한국의 위상이 달라지면서 많은 유럽 기업들이 한국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오는 20일까지 열리는 이번 축제를 위해 코펜하겐은 도시를 8개 구역으로 나누고 ▲변화 ▲장인정신과 소재 ▲분위기▲커뮤니티 ▲관점 ▲진정성 ▲통찰 ▲연결 등 서로 다른 테마의 디자인 전시를 이어가고 있다. 프리츠 한센, 뱅앤올룹슨, 이딸라, 로열 코펜하겐 등 400여개에 달하는 브랜드가 참가했다.
코펜하겐=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