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서울 마포구에 20평 쯤 되는 고깃집을 차린 김영준(49)씨는 얼마 전 직원 한 명을 또 내보냈다. 사업 초기 월 8000만~9000만원에 이르던 매출이 5000만~6000만원 선으로 오그라들어서다.
장사가 더 안 되는 다른 가게 업주들은 저 정도 매출이면 그래도 괜찮다고 할지 모르겠으나, 업주가 몸으로 때우는 데 한계가 있고 결국 '일손과의 싸움'이 관건인 업태를 감안하면 근근이 버티는 수준이다. 김씨의 계산에 따르면 월급 300만~350만원쯤 받는 직원 한 명의 고용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매출은 최소 800만원에서 1000만원 가량.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한 주휴수당 등의 부담까지 계산에 넣으면 사업 초기에 견줘 직원 한 명 당 매 월 30만~50만원 정도 인건비 부담이 늘어났다고 김씨는 헤아렸다.
이 금액의 의미는 어느 정도일까. 원재료 가격 인상 등의 여파가 보태져 명절이나 징검다리 연휴가 없는 달에 잘 해야 200만원 정도 가져간다는 김씨 입장에서 지금의 매출마저 유지가 안 되면 사람을 한 명 더 잘라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가게를 굴릴 수가 없고, 어찌저찌 문은 연다고 해도 벌이가 의미 없는 수준일 테니 하루라도 빨리 장사를 접는 게 상책이다.
그렇다면 저 몇 십만원은 '고작 몇 십만원'이 아니라 자영업 사업장 하나가 그런대로 유지되는지 여부, 그러지 못해 그곳에서 창출되던 몇 건의 고용마저 사라지는지 여부를 결정지을 수도 있는 돈이다.
잘려나가는 사람이 '쿨'할 수는 없다. 오히려 좀 더 적게 받고 계속 일하길 원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은데, 법·규정 무시하고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사람을 썼다가 경쟁하는 가게로부터 신고 당하는 일이 골목상권에선 심심찮게 일어난다. 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 정도의 임금은 보장받아야 한다는 구호는 근사하지만 고용구조 자체가 훼손된다면 의미가 없다.
현행 최저임금 규정에 수반되는 각종 부수 효과와 시장의 심리는 '올해 최저임금은 얼마'라고 하는 그 숫자의 크기보다 훨씬 더 큰 비용의 상승을 유발한다. 김씨 같은 자영업자들은 한 달에 1000만원쯤 벌고 싶은데 500만원 밖에 못 벌어 죽겠다고 아우성치는 게 아니다. 사람이 제법 드나든다 싶었던 가게가 어느 날 갑자기 간판을 내려버리는 건 겉으로만 봐선 알 수 없는 자영업 시장의 이런 속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음식점업 등 자영업자 수가 4개월 연속으로 줄어들고 직원을 둔 자영업자 수 또한 계속 줄어든다는 통계청의 최근 집계치에도 이런 사정이 상당부분 반영돼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최저임금을 포함해 주52시간근로제, 대선 국면에서 화두로 떠오른 주4.5일근로제 등 일은 되도록 적게 하고 임금은 더 많이 받게끔 유도하는 정책의 임팩트는 필연적으로 이처럼 약한 고리에 집중된다. 중소기업이라고 해도 규모가 어지간한 수준만 된다면 그 영향에서 완전히 혹은 비교적 자유로운 게 이들 제도의 이면이자 역설이다.
이렇듯 더 영세하고 더 약한 기업과 사업장들을 골라서 타격하는 제도는 과연 진보적인가. 그런 기업이나 사업장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정말로 자본가여서 '말을 끄는 마차' 노릇을 감내해야만 할까.
우리나라처럼 고도화되고 다변화한 경제·사회 구조에 일률·일괄이라는 개념은 대체로 잘 안 어울리거나 위험하다. 누가 해도 아름답게 들리는 말은 건강에 해로운데 맛있는 음식과도 같다. 차등적용이라는 현실적인 방법론이 단순무식하게 제도를 훼손하는 것으로 여겨지거나 차등적용에 찬성하면 친기업 반노동인 것으로 인식하게 만들어 공론의 기회를 좀처럼 허용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와 이를 부추기는 낡은 이념의 균열선이 안타깝다.
김효진 바이오중기벤처부장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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