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급감 속 표심잡기 경쟁만 치열
대부분 "재원 활용·재조정" 뭉뚱그려
전문가 "공약별 비용·총량 재원계획 필요"
6·3 대통령 선거를 위해 대선 후보들이 10대 대선공약을 발표했지만 재원 조달 방안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 들어 세수가 줄어드는 등 재정 여건 악화 상황에서 장밋빛 공약 추진에 관한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공개된 주요 대선후보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재원 확보 방안은 사실상 없다시피 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경우 인공지능(AI) 등 신산업 집중 육성에서부터 아동수당 지급 등 예산이 필요한 내용이 산적해 있는데, 공약 대부분의 재원 조달 방안은 '정부재정 지출구조 조정분, 2025~2030 연간 총수입증가분(전망) 등으로 충당'이라고만 제시되어 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재원 조달 방안이 모호하게 제시된 것과 관련해 "재정 상황이 대단히 어려워서 큰 원칙과 방향을 제시해서 설계했지만, 구체적인 이행 계획은 단계적 점진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재정추계는 준비됐지만 지금 약속의 형태로 발표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진 정책위의장은 "단계적 점진적으로 실행하는 계획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소요되는 재정도 변동이 있어서 지금 발표는 적절하지 않고 이후 집권하면 구체적 내용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도 공약 재원 문제와 관련해 "기존 재원 활용" "예산 재조정" 등으로 나올 뿐 재원 마련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반면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나 종합소득세 물가연동제 도입과 같은 감세 공약은 구체적이다.
개혁신당의 경우에도 법인세 일부를 지방정부가 탄력세율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감세안이 있다. 그나마 민주당, 국민의힘보다는 구체적이지만 예산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정도로만 그쳐 오십 보 백 보 수준이다.
문제는 재정 상황이 과거 어느 때보다 좋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정부의 결산 내역을 살펴보면 윤석열 정부 들어 세수 감소 규모는 심각하다. 결산 기준으로 볼 때 2022년에는 초과세수가 더해지면서 395조9000억원의 세수가 발생했지만 2023년에는 344조1000억원, 2024년에는 336조5000억원으로 해마다 세입이 줄었다.
2023년과 2024년에는 당초 정부 예산이 400조5000억원, 367조3000억원이었던 터라 예상했던 세수보다 덜 걷힌 세수 결손도 심각했다. 지난 3년간 경제 규모는 소폭이나마 성장하고 있지만 세수는 갈수록 줄어드는 기현상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당의 장밋빛 청사진 제시와 관련해 제대로 검증할 수단은 사실상 없다는 게 문제다. 각각의 공약 단위로 재원을 요구하는 방식도 비합리적이라는 지적이다. 각각의 공약에 대해 얼마만큼 비용이 드는지에 대한 제시는 물론이고, 총량적으로 재정을 어떻게 운용해 재원을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각각의 공약에는 얼마의 돈이 필요한지만 제시하도록 바꾸고, 전체 재원 조달방안은 10대 공약과 별개 항목으로 만들어 해법을 제시하도록 바꿔야 한다"며 "현재의 방식은 대선후보들에게 (부실한 재원 조달 방안의) 면죄부만 준다"고 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