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 낙수효과는 허상일까
트럼프 감세 7년…대가는 재정적자 1.9조 달러
美 감세 논쟁이 韓에 던지는 질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됐다. 첫 임기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대규모 감세 정책을 시행했으며 법인세율 인하는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지만 일부 개인 감세 조항은 단계적 만료를 앞두고 있다. 올해 들어 미국에서는 새로운 조세 정책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감세 정책이 경제 전반에 미친 영향에 대한 연구가 주목받고 있다.

[THE VIEW]감세정책의 명과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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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연구는 우리나라 조세 정책에도 시사점을 제공한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감세 정책은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배당소득세율 인하 등의 정책이 주로 고소득층에게만 혜택을 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인하하는 방안도 추진되었으나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 이후 이러한 감세 정책 추진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미국의 감세 정책은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가장 두드러진 영향은 재정적자의 심화다. 미 의회예산처(CBO)는 트럼프 감세 정책으로 인해 향후 10년간 1조5000억~1조9000억달러의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는 첫 임기 당시 중산층을 위한 혜택을 약속했으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실제 감세 혜택의 80% 이상이 기업이나 고소득층 개인에게 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감세를 지지하는 주요 논리 중 하나는 '낙수 효과(trickle-down effect)' 이론이다. 이는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대한 감세 혜택이 임금 상승과 고용 창출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중산층과 저소득층에게도 경제적 혜택이 돌아간다는 주장이다.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감세 정책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레이건의 감세 정책은 기대했던 낙수 효과를 거두지 못했고, 오히려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켰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트럼프의 법인세 감면 역시 임금 상승이나 가계 소득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다. 기업들은 감세로 확보한 자금을 주로 주주 배당금이나 임원 보너스로 사용했다. 미국 노동조합 연맹의 분석에 따르면 법인세 감면 혜택의 절반은 기업 소유주에게, 10%는 임원진에, 나머지는 상위 10% 고소득층에게 돌아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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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감세 정책은 자산 불평등이 큰 상태에서 시행됐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인종 간 경제적 격차를 더욱 확대하는 결과를 낳았다. 연구에 따르면 동일한 소득, 고용 상태, 결혼 여부 등의 조건에서도 흑인이 백인보다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게 되었다. 이는 흑인의 주택 소유율과 주식 보유율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부동산세 인하의 혜택은 주택 소유자에게 집중되는데, 흑인은 백인에 비해 주택 담보 대출을 받기가 훨씬 어렵다. 더 높은 신용점수와 소득을 가진 흑인조차 백인보다 대출이 어렵거나 더 높은 이자율을 적용받는 경우가 많다. 투자소득세 인하 역시 주식 보유율이 높은 백인들에게 더 큰 혜택이 돌아간다.


그렇다면 감세로 인한 낙수 효과가 성공한 사례는 없을까? 이론적으로 가능할 수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성공을 입증한 사례는 제한적이다. 다만 경제 성장 초기 단계에서 기업 유치 효과를 본 경우는 있다. 1980년대 홍콩과 1990년대 아일랜드의 경우 감세 정책이 경제 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으나 이 역시 소득 불평등 심화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결론적으로 감세로 인한 낙수 효과는 현실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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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보영 美 인디애나주립대 교수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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