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당선인이 14일(현지시간) 2기 행정부의 법무부 차관으로 개인변호사인 토드 블랜치를 지명했다. 앞서 법무부 수장으로 최측근인 '극우' 맷 게이츠 하원의원을 발탁한 데 이어 2인자로는 자신을 둘러싼 사법리스크를 방어해온 수석 변호사를 앉히면서 향후 인준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일각에선 본격적인 보복을 예고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토드 블랜치가 내 행정부의 법무차관으로 일하게 됐다고 발표하게 돼 기쁘다"면서 "토드는 훌륭한 변호사이며 법무부의 중요한 리더로서 너무 오랫동안 망가졌던 사법시스템을 바로 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블랜치가 과거 법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뉴욕남부지검에서 갱단, 기타 연방범죄를 기소했다는 이력을 언급하며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훌륭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랜치는 그간 트럼프 당선인의 형사사건 변호를 맡아온 개인변호사 중 한 명이다.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 최초로 형사사건 유죄평결을 받았던 이른바 '성추문 입막음용 돈 전달' 사건에서도 그를 대리했다. 당시 검찰측 핵심 증인이었던 마이클 코언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역할을 맡아 눈길을 끌었다.
CNN은 앞서 블랜치의 법무차관 발탁 가능성을 보도하면서 "플로리다 팜비치에서 그가 트럼프와 함께 있거나 여행에 동행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측근들 사이에서는 트럼프와의 친분, 트럼프의 신뢰로 인해 블랜치가 내각에 입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돼왔다"고 전했다. 블랜치는 트럼프 당선인의 개인변호사로 일하기 전에는 대형 화이트컬러 범죄 전문 로펌에서 파트너로 일했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주요 로펌에서는 트럼프를 변호할 의향이 거의 없었고, 블랜치는 명문 로펌을 떠나 그를 변호했다"면서 "블랜치의 도박이 이제 엄청난 보상이 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인사는 트럼프 당선인이 향후 본격적인 정적 보복에 나서는 한편, 자신을 기소한 법무부 조직에도 대대적인 칼날을 휘두를 것이라는 예고나 다름없다는 평가다. 법무부 차관은 장관과 마찬가지로 상원의 인준을 거쳐야 한다. 다만 앞서 트럼프 당선인이 공화당 강경보수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의 핵심인 게이츠 의원을 법무장관으로 낙점한 데 이어, 이번 차관 인사까지 더해지면서 당내에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미국우선주의 신봉자를 자처하는 극우 게이츠 의원은 당내 분열을 일으켜온 인물로 평가되는 데다, 미성년자 성매매 의혹 등으로 도마 위에 올랐었다. CNN, 일간 가디언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의회 인준 절차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사법리스크 방어를 위해 일했던 변호팀 내 다른 인물들도 주요 직책을 맡게 됐다. 돈세탁 사건에서 그를 변호한 에밀 보브는 법무부 수석부차관이자 차관 대행으로 낙점됐다. 법무부 수석부차관은 상원의 인준이 필요하지 않다. 아울러 트럼프 당선인은 변호팀의 존 사우어 역시 법무차관보로 지명됐다. 사우어는 미주리주 법무장관 출신으로 트럼프 당선인의 면책 소송을 변론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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