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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파병' 국정원 발표…美, 왜 '사실이라면' 전제 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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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발표 나흘째…미국, 여전히 확인 유보
'판단' 내리면 전쟁 개입하는 수위 달라질 듯
박원곤 "무기 제공과 참전은 차원 다른 문제"

북한이 러시아의 전장으로 특수부대를 파병했다는 정부 발표가 나온 지 나흘이 지났다. 하지만, 서방 국가들은 '공식 확인'을 유보하고 있다. 각국의 대응 조치가 달린 만큼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도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지원 등 압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21일(현지시간) "북한군의 참전이 '사실이라면' 분명 위험하고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틀 전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이 우려를 표명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사실이라면' 이란 전제를 달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18일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개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16일 러시아 연해주 우수리스크 소재 군사시설을 촬영한 위성사진으로, 국정원은 분석을 통해 사진 속 연병장 내 북한 인원 400여명이 운집한 것으로 추정했다. [사진제공=국가정보원]

국가정보원은 지난 18일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개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16일 러시아 연해주 우수리스크 소재 군사시설을 촬영한 위성사진으로, 국정원은 분석을 통해 사진 속 연병장 내 북한 인원 400여명이 운집한 것으로 추정했다. [사진제공=국가정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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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북한군의 참전을 확인했다고 밝힌 건 지난 18일이다. 국정원은 이달 8일부터 13일까지 북한 특수부대 약 1500명이 청진·함흥 인근에서 러시아 해군 수송함을 타고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한 것을 포착했다. 인공지능(AI) 안면인식기술로 특정 군인이 미사일 기술자라는 사실까지 밝혀냈고, 가짜 신분증을 발급받아 위장하고 있다는 상세한 내용까지 적시됐다.


국정원이 이런 '정보'를 먼저 공개한 건 매우 이례적이다. 이 발표가 나오기 전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안보실·국방부·국정원 핵심 관계자 등이 참석하는 긴급 안보회의를 열었다. 회의 직후 대통령실은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곧바로 국정원의 '북한군 파병' 증거들이 공개됐다. 북한과 러시아를 압박하려는 고도의 심리전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확신에도 미국 등 서방은 '확인'을 유보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북한군 파병 자체에는 '확인 불가'라는 입장이다. 유엔(UN)도 말을 아끼고 있다. 파르한 하크 유엔 사무총장 부대변인은 이날 북한군 파병 보도에 "공식적인 확인은 아직 없다"며 제제 위반은 안전보장이사회가 판단할 문제라는 원론적 입장만 냈다.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7월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최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퍼블릭포럼 인도·태평양 세션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7월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최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퍼블릭포럼 인도·태평양 세션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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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확인'에 보수적인 건 그에 따른 대응 조치의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파병된 북한 군인들이 전황을 뒤바꿀 가능성은 낮지만, 미국이나 나토 입장에선 전쟁에 개입하는 수위가 아예 달라질 수 있는 문제다. 미국은 보름을 앞둔 대선도 고려해야 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이나 나토 입장에서 무기를 제공하는 것과 전투 병력을 보내는 '직접 참전'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라며 "미국도 정보가 있겠지만, 전쟁에 제3자 개입이 발생한다는 건 매우 심각한 문제인 만큼 정확히 확인하겠다는 입장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이나 나토의 판단이 결정되는 시점에는 우리 정부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 등 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군 당국은 '전반적인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고 필요한 조치를 검토 중이라는 방침이다. 그간 자제해온 155㎜ 포탄 지원, 전술 병력 파견 등이 거론된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군 파병에 따라 러시아가 핵심 군사기술 등을 이전한다면 '레드라인'을 넘은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며 "러·북 군사 협력 수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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