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친족 성범죄의 피해자(이하 피해자)는 사법 절차가 끝난 후에도 여전히 가해자에게서 독립하지 못하고 종속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가해자로부터 피해자를 안전하게 분리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 아동·청소년이 충분한 치료를 받고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 방안과 자립 수당을 위한 법제화 필요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미성년 친족 성범죄 피해자 자립 지원 개선 급선무
지난 2021년 청주시에서는 두 중학생이 함께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른바 '청주 중학생 사건'은 평소 의붓아버지에게 성범죄를 당한 A양과, 친구 B양이 결국 목숨을 잃은 사건이다. 당시 B양의 친아버지가 가해자를 고소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으나 수차례 체포 영장과 구속 영장이 기각, 반려되었고 수사 과정에서도 가해자와 피해자는 계속 같은 공간에서 생활해야 했다. 이후 B양의 친아버지는 부실한 수사와 피해자 분리 조치 소홀을 이유로 지난해 1월 정부와 청주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현재 선고를 앞두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 현장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피해자들이 머물 수 있는 '특별지원 보호시설'의 한 상담 팀장은 "엄마가 지인에게 부탁해서 지자체에 아이를 빨리 집으로 오게 해달라고 민원을 넣기도 했다"며 "사건 수사가 진행 중이고 친모의 생활이 안정된 후 가정 복귀를 하면 좋겠다고 보호시설에서 말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지자체에서 원가정 복귀 결정에 따라 보호 종료라고 공문 한 장을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성폭력방지법 제12조 3항 3호에는 '특별지원 보호시설'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피해 등을 입은 19세 미만 피해자는 특별지원 보호시설에 거주하면서 숙식 및 상담, 치료 등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2010년 처음 설치된 이후 현재 전국에 운영 중인 시설은 단 4곳에 불과하며 각 시설에는 기관장을 포함한 8명의 직원이 근무한다. 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최초 설치 이후 올해 7월까지 총 316명의 미성년 친족 성폭력 피해자가 이곳에 입소했으며 피해 아동·청소년 중 13세 이하가 78.5%(81명)에 달한다.
피해자 특성상 저연령화가 뚜렷하고 보호시설의 대다수 아동은 가해자가 있는 원가정으로 복귀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또한 아동복지법 제38조에 따라 양육시설 등에서 자란 '자립준비청년'의 경우, 보호 종료 후 5년 동안 매월 50만 원의 자립 수당과 1000만 원~2000만 원에 이르는 자립정착금이 제공되지만, 피해자들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관은 "보호자로부터의 지원이 어려운 보호시설 퇴소 청년에게 자립준비청년에 준하는 지원을 위해 아동복지법 제38조 지원 대상자에 '특별지원 보호시설에서 보호 중인 사람'을 포함하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가해자가 법적 처벌을 받으면 피해자의 가족들이 사건이 끝났으니 아이(피해자)를 집에 돌려달라고 해도 법적으로 막을 수가 없다"며 "친권자가 데리고 가겠다는데 어쩔 수 없고 성범죄가 일어났다고 하더라도 친권을 정지하거나 박탈하는 것에 가정법원 측에서도 대단히 소극적"이라고 한계를 지적했다.
성범죄 전문 이보라(39·변호사시험 2회) 변호사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같은 공간에 있으면 실제로 진술 번복을 시킨다던가 합의를 강요해 사법 절차를 방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했다.
형사를 전문으로 하는 조영준(30·12회) 법무법인 YK 변호사는 "대법원은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2020도6965)"며 "특히 친족 성범죄의 경우, 피해자는 가해자와의 관계로 인해 복잡한 감정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의 지원 방안
미성년 친족 성범죄 피해자들이 보호시설에서 퇴소한 이후에도 일상적인 삶을 회복하고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국회와 정부에서도 관련 대책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8월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은 미성년 친족 성범죄 피해자들의 상담, 치료 등으로 인한 결석을 출석으로 인정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피해자가 일상생활로 복귀하는 데 필요한 치료와 상담이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이로 인해 발생하는 학교 결석도 출석 일수에 포함시키는 규정을 마련하고자 한 것이다.
현재 성폭력방지법 제38조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 아동·청소년은 입학, 전학, 편입학 등 취학과 관련된 기간에만 출석 인정을 받고 있으나, 개정안은 치료 및 회복 기간도 출석 일수로 인정하도록 하여 피해자들이 학업 부담에서 벗어나 충분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정 의원은 "가정 구성원에 의한 성폭력이라는 점에서 가정 복귀에 신중을 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가정 복귀와 관련한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아 보호자의 요청만으로 피해자의 복리에 반하는 가정 복귀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입법취지를 설명했다.
또한 여성가족부는 법률신문과의 통화에서 "친족 성폭력 피해자들의 정착을 돕기 위한 지원금과 자립 수당을 대폭 확대할 예정"이라며 "피해자들을 위한 '특별 지원 프로그램'은 내년도 예산으로 국회에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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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안현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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