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측 "국민 부담 비용만 증가…수용해야"
한국 정부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의 국제투자분쟁(ISDS)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취소소송을 영국 법원이 각하한 데 대해 다시 항소를 제기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엘리엇 매니지먼트에 약 1300억원을 지급하라는 판정 취소 신청을 각하한 영국 상사법원의 결정에 항소하기 위한 서류를 법원에 제출했다. 법무부는 정부가 관계부처, 정부대리로펌, 외부 전문가들(교수, 국내외 로펌, 영국 법정변론변호사 등)과 영국 1심 법원의 각하 판결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를 진행했다며 “해당 판결에는 한미 FTA 해석 등에 관한 중대한 오류가 있기에 항소를 제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한미 FTA 제 11.1조에서 당사국이 ▲투자 또는 투자자와 관련하여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에 적용된다고 규정한다며 "제11.1조가 관할 또는 관문 조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영국 1심 법원 각하 판결에 항소하여 바로잡지 않을 경우, 향후 동일하거나 유사한 문언을 가진 투자 협정의 해석 및 적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우려와, 부당한 ISDS 제기가 늘어날 가능성도 항소 제기 결정에 고려했다"고 봤다.
여기서 '동일하거나 유사한 문언을 가진 투자 협정'은 미국계 헤지펀드 메이슨 매니지먼트와의 ISDS를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메이슨 역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며 ISDS를 제기했고, 정부는 지난 7월 취소소송을 낸 상태다. 그러면서 “앞으로 진행될 항소심에서 1심 각하 판결을 바로잡기 위해 끝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엘리엇은 정부의 항소 결정을 두고 “재고하라”고 촉구했다. 엘리엇 측은 입장문을 내고 “대한민국이 계속해서 중재 판정에 불복하는 것을 예상하지 못한 바는 아니나, 잘못된 행보이며, 특히 대한민국이 이미 취소 소송에서 패소한 것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고 강조했다. 또 “대한민국의 행보는 공정하고 투명하며 신뢰할 수 있는 자본 시장을 구축하려는 스스로의 노력을 부정하는 것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더욱 고착화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재판정에 대한 불복이 매일 쌓이는 지연이자와 추가 소송 비용 부담 등 납세자들에게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더 이상 자국 정부의 부패 행위와 실책 등에 대한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려서는 안 된다”고 도 했다.
앞서 엘리엇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청와대와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공단에 찬성 투표 압력을 행사해 막대한 손해를 봤다며 2018년 7월 ISDS를 제기했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6월20일 우리 정부에 5358만6931달러(판정 당시 환율 1288원 기준 약 690억원)와 지연 이자·법률 비용 등을 포함해 총 1300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판정했다. 법무부는 중재지인 영국법원에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영국 상사법원은 지난달 초 약 1년 만에 각하 결정을 내렸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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