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분·추분은 공휴일…"현세·내세 가까워지는 시기"
불교 문화에서 전래…떡 만들어 올리기도
일본은 양력 8월 15일에 추석을 보내지만, 우리나라 음력 추석과 비슷한 시기인 9월에 성묘를 하는 '오히간(お彼岸)' 문화가 있다.
오히간은 3월 춘분과 9월 추분을 기준으로 전후 3일씩을 포함한 일주일 동안의 기간을 일컫는다. 춘분과 추분 당일은 일본에서 공휴일이다. 올해 추분은 오는 22일 일요일로 다음날인 23일 월요일이 대체공휴일로 지정됐다.
오히간의 '히간(彼岸)'은 한자 독음으로 불교용어 '피안'을 뜻한다. 불교에서 피안은 고통과 속박에서 자유로운 열반의 세계, 차안은 현세를 뜻한다. 피안과 차안의 사이에는 삼도천이 흐른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현실의 번뇌에서 벗어나 피안으로 건너가는 것을 산스크리트어로 '파라미타(paramita)', 한역으로는 '바라밀다'라고 부른다. 일본에서는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춘분과 추분은 이 피안과 차안이 가장 가까워지는 때로, 이 시기에 조상을 만나기 가장 좋다고 믿는다.
일본 8월 15일 양력 추석 '오봉(お盆)'과는 조상을 모시는 방법에 차이가 있다. 오봉은 우리나라 명절 제례와 비슷하게 조상이 집까지 잘 찾아올 수 있도록 불을 피우는 등 준비에 나서고, 오히간은 성묘를 통해 조상을 후손들이 직접 찾아뵙는다는 의미가 강하다. 불교 신자 가족이라면 이 시기 전국 사찰에서 열리는 법회 '히간에(彼岸?·피안회)에 참여하기도 한다. 추분에는 사찰에 '히간바나(彼岸花·피안화)'로 불리는 빨간 꽃도 피기 시작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피기 시작하는 꽃무릇, 석산으로 부르는 꽃이다.
우리나라가 추석에 송편을 만들 듯, 이 시기에는 조상에게 찹쌀로 지은 밥을 팥소로 감싼 떡 '오하기(おはぎ)'를 만들어 바친다. 가을에 피는 싸리꽃(ハギ·하기)의 이름을 딴 것이다. 추석에 햇곡식을 올리듯 추분에 바치는 떡은 가을에 수확한 팥을 사용한다. 갓 따낸 팥은 껍질까지 부드러워 알맹이를 으깨지 않고 소를 만든다.
대신 춘분에 바치는 떡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묵은 팥을 사용하기 때문에 알갱이를 으깨 사용하는데, 이 떡은 봄에 피는 모란꽃을 의미한다고 해서 '보타모치(牡丹?)'라고 부른다. 정석대로라면 가을에 만드는 떡은 싸리꽃처럼 작고 수수하게, 봄에 만드는 떡은 모란처럼 크고 둥글게 빚는다고 한다.
지역에 따라 팥떡 대신 일본식 찹쌀 경단을 올리는 지역도 있는데, 정토에서 돌아온 조상의 피로를 달래기 위한 선물로 여겨 수북이 쌓아 불단에 올린다.
입추가 되면 시원해진다는 우리나라 '입추 매직'처럼 일본도 오히간을 이용한 속담이 있다. '더위도 추위도 오히간까지'라는 말로, 추분 이후로 여름 더위가 가시고 춘분이 지나 겨울 추위가 풀리기 시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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