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를 경유한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을 올해 말 중단할 준비가 됐다고 11일(현지시간) 밝혔다. 다만 EU에서는 여전히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높은 만큼 전면적인 제재는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카드리 심슨 EU 에너지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오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에너지 연합 현황 보고서 2024'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EU는 우크라이나를 거쳐 오는 러시아산 가스 없이도 살 준비가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올겨울 난방 수요에 대응할 만큼 가스 비축분이 충분하다고도 강조했다.
우크라이나는 2019년 12월 러시아 가스프롬과 5년 계약을 맺고 자국을 거치는 가스관 사용을 허용하고 있으며 전쟁 발발 이후에도 이 계약을 유지하고 있다. 계약이 올 연말로 만료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계약 갱신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심슨 집행위원은 "우리는 러시아산 가스의 단계적 (수입) 중단을 마무리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회원국들과 몇 달 전부터 우크라이나를 경유하는 가스 운송협정 만료에 대비해왔다"면서 대체 공급처도 찾았다고 덧붙였다.
EU는 러시아산 가스 전면 제재에 대해서는 주저했다. 심슨 집행위원은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금지 여부에 대한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EU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가 유럽행 천연가스 공급을 대폭 줄여 에너지 대란이 발생하자 러시아산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는 데 주력해왔다. 심슨 집행위원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산 가스는 EU 전체 가스 수입량의 18%를 차지한다. 전쟁 전인 2021년 45%보다는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의존도가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높다.
이 때문에 EU는 러시아산 원유를 제재 대상에 포함했지만 가스의 경우 제재 대상에서는 뺐다. 지난해 기준 유럽에서 사용되는 천연가스는 노르웨이, 미국산이 가장 많고 러시아는 3위 수준이다.
집행위는 이날 발표된 '에너지 연합 현황' 보고서에서도 러시아산 화석연료 탈피를 위한 에너지 전환 속도가 여전히 더디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올해 상반기 재생에너지 발전을 이용한 전력 생산량이 화석연료를 추월했지만 2030년 목표치인 친환경 에너지 비중 42.5%를 달성하려면 풍력·태양광 등 인프라 구축이 더 가속화돼야 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국내에 이미 토착화했다"…'제2의 에이즈'로 불리...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