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 의원회관에선 국내 해상풍력 활성화방안 공론의 장이 열렸다. 이제 막 열리기 시작한 해상풍력 시장이 선순환할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가 이날 행사 주요 의제였는데, 국내 산업에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해상풍력 시장을 키우려면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서남해 지역에 집중적으로 배치되는 해상풍력 사업자 선정을 위한 배점을 바꿨다.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가격 배점을 60점에서 50점으로 낮추고 경제효과 등 비가격적 요소를 강화했다. 산업경제에 미치는 효과와 유지보수가 국가안보와 관련돼 있다고 보고 이 부분 배점을 높인 것이다.
정부의 평가방식이 부족했는지, 이날 행사에선 해상풍력발전기 고장시 수리 등 즉각 대응 능력도 평가항목에 반영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재생에너지 특성상 안정적인 전력망 유지가 중요한데 설비에 이상이 생겼을 경우 즉시 조치할 수 있는 능력도 포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간접 혜택은 국내 기업엔 일종의 ‘홈 어드밴티지’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해상풍력 시장의 성장 전망을 감안하면 전문가들이 정부에 노력을 촉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세계풍력발전위원회(GWEC)가 최근 발간한 ‘글로벌 해상풍력 리포트 2024’를 보면 연간 해상풍력발전기 설치 규모는 지난해 10.8GW에서 5년 후 3배 증가하고 2033년에는 66GW로 늘어날 전망이다. 시장 기회가 큰 만큼 정부가 나서서 국내 기업들의 프로젝트 추진을 간접 지원해 실적이 쌓이면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정부가 한 번 더 국내 기업들에 더욱 유리한 쪽으로 배점을 바꿔 기회를 제공하는 게 산업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개발한 기술을 써먹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달라는 요구일 뿐이라지만 터빈 등 일부 품목의 기술력은 글로벌 경쟁사와 비교할 때 여전히 뒤처져 있다.
국산 해상풍력 위기의 진원지로 꼽히는 중국은 이 분야뿐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등 우리가 경쟁력이 있다고 보는 거의 모든 산업에서 위협적이다. 우리 배터리 기업이 국내에 5㎡ 크기의 공장을 하나 만들 때 세계 1위 배터리 메이커인 중국 CATL은 자국에 100㎡ 공장을 세 개 이상 세운다고 한다. 규모의 경제가 원가를 낮추는 점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생산능력으로 경쟁자를 압도하는 전략이다. 오죽하면 세계 2위 자동차 업체인 독일 폭스바겐이 밀려드는 중국산 저가 자동차에 자국 공장 폐쇄를 결정했겠나.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정부에 요청할 사항이 많아지면 결국 큰 정부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정부 입김이 커지면 민간의 성장의지는 꺾인다. 한번 실적을 쌓아도 경쟁력이 없으면 지속적인 성장은 불가능하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독일에서 열린 가전박람회(IFA)에서 중국산 밀물 공세에 "중국 업체는 폄하할 대상이 아니라 무서워해야 할 대상"이라고 했다. 현재 상위 60% 고객을 대상으로 한 프리미엄 전략을 확대하겠다는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모든 품목을 고급화해 고객에게 내놓겠다는 담대한 전략이다. 좋은 기술과 낮은 가격을 앞세운 중국 공세는 격화될 것이다. 힘들지만 뿌리부터 탄탄히 하는 전략 외에 다른 방도는 없어 보인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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