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국제법 위반 가능성을 이유로 이스라엘에 대한 일부 무기 수출 허가를 중지하기로 했다.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데이비드 래미 외무부 장관은 2일(현지시간) 하원에서 영국 정부가 군용기 부품을 포함한 약 30건의 대(對)이스라엘 수출 허가를 즉시 중단했다고 밝혔다. 라미 장관은 "유감스럽게도 검토 결과 이스라엘로 수출된 특정 품목이 국제 인도주의법을 심각하게 위반하거나 위반을 용이하게 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분명한 위험이 존재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영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내준 대이스라엘 수출 허가는 총 350건이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정부 출범 이후 약 2개월간의 내부 검토 결과 내려진 이번 조치에는 군용기, 헬기, 드론 부품 등이 포함됐다. 다만 다국적 F-35 전투기 프로그램을 위한 영국산 부품의 경우, 다른 국가의 F-35 전투기 운용에 타격을 가해 국제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 8월 예루살렘을 찾은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부 장관이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무부 장관, 스테판 세주르 프랑스 외무부 장관과 손을 잡고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이번 결정은 스타머 정부 출범 이후 달라진 영국의 정책은 물론, 이스라엘에 대한 서방의 압박이 상당히 커졌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지난해 10월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시작된 이후 서방 주요 동맹국이 이스라엘에 일부 무기 판매를 중단한 사례는 영국이 처음이라고 주요 외신들은 짚었다.
영국의 경우 미국, 독일과 같은 대이스라엘 주요 무기 수출국은 아니다. 2022년 기준 수출 규모는 약 4200만파운드(약 740억원)로 이스라엘의 무기 수입에서 영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에 불과하다. 다만 외교적으로는 상당한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일간 가디언은 이번 조치는 이스라엘뿐 아니라 미국과의 긴장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간 이스라엘과 관련해 긴밀하게 조율돼온 조 바이든 행정부와 기조가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래미 장관은 "영국은 국제법상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계속 지지한다"면서 이번 결정이 전면적인 금지나 무기 금수 조치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자신을 자유주의 진보 시오니스트로 묘사한 그는 "우리는 이스라엘이 국제인도법을 위반했는지 여부에 대해 중재하지 않았고 할 수도 없다"고도 말했다.
이스라엘은 즉각 반발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성명에서 "영국의 이스라엘 방위로의 수출 허가에 대한 영국 정부의 제재 소식을 듣게 돼 매우 실망스럽다"면서 "이번 결정은 우리가 7개 전선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시기에 이뤄졌다. 야만적인 테러조직이 도발 없이 시작한 전쟁"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카츠 외무장관 역시 엑스(X·옛 트위터)에 이번 영국의 결정이 "테러조직 하마스와 이란 대리세력에 아주 문제가 있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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