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113명 목숨 잃어
올해 6월까지 12명, 매년 늘어
인력 부족·악성 민원 등으로 업무 부담 호소

최근 일선 경찰관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잇따르면서 경찰 조직 내부의 실적 중심 평가방식과 업무량 등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사권 조정으로 개인당 업무량이 늘어난 반면, 현장 인력은 더 줄어 일선 경찰관 고충이 가중되고 있다며 대대적인 시스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악성 민원에 잠 못 들어"…경찰 공무원, 1년에 20명씩 목숨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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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찰 공무원은 모두 113명으로 집계됐다. 1년에 평균 22.6명씩 목숨을 끊은 셈이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9년 20명에서 2020년 24명, 2021년 24명, 2022년 21명, 2023년 24명으로 매해 꾸준히 늘었다. 올해 6월까지 집계된 사망자 수도 12명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2주 사이 젊은 경찰관 3명이 사망하면서 경찰 내부 조직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난 18일 서울 관악경찰서 수사과에서 근무하던 30대 경위가 업무 부담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26일엔 서울 동작경찰서에서 근무하던 40대 경감이 사무실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같은 달 충남 예산경찰서 경비과 소속 20대 경사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서울 혜화경찰서 40대 경감은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한강에 투신했다가 구조됐다.


한꺼번에 동료들을 잃게 된 경찰관들은 '남 일 같지 않다'는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수사권 조정 이후 심각해진 인력 부족, 대외적인 경찰 지위 하락, 성과 압박, 악성 민원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호소하던 이들이 더 버티지 못하고 이런 결정을 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올해 초 단행된 경찰 조직 개편과 수사권 조정으로 인해 현장 인력난이 더욱 심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이달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선 경찰관들은 하나같이 업무 과중을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한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김모 경사(32)는 "수사권 조정으로 업무량은 늘었는데, 올해 초 기동순찰대와 형사기동대가 출범하면서 그쪽으로 인력이 대거 유출돼 일할 사람이 없다"며 "사건 1개를 3개월에 걸쳐 겨우 종결하면 그사이 추가로 여러 개의 사건을 받게 된다. 그런데도 수사과보단 형사기동대처럼 대외적으로 보여주기 좋은 곳에만 인력이 배치된다. 일을 해도 해도 항상 힘에 부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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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민원 등 부가적인 업무로 인한 피로도도 여전하다. 민원인이 원하는 대로 송치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사관 기피 신청을 하거나 악성 민원을 넣는 경우가 많은데, 그럼에도 치안 고객 만족도 평가 등으로 인해 그대로 개인 평가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치안 고객 만족도 평가는 경찰과 대면한 민원인을 대상으로 업무 처리 절차와 과정, 응대 태도, 서비스 품질 등을 평가하는 조사다.


김 경사는 "불송치됐다고 수사관 기피 신청하는 민원인들도 수두룩하고, 악성 민원까지 넣는 사람들도 있다"며 "내가 아는 동료 경찰관 중엔 악성 민원으로 평소 잠을 잘 자지 못해 우울증약까지 먹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인력 재배치, 사기 진작 등 경찰 조직의 전반적인 시스템이 개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최근 일선 경찰관들이 사망한 원인은 어느 한 가지로 꼽기 어렵고, 매우 복합적이라고 봐야 한다"며 "우선 수사권 조정과 조직 개편으로 인해 개인당 업무량이 늘었는데, 동시에 경찰관들의 대외적인 지위가 하락하면서 조직의 전반적인 사기가 하락했다. 젊은 경찰관들 입장에선 일은 늘었는데, 그만큼 성과나 보상이 미미하다고 생각하며 희망을 찾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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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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