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바이든 규제 지쳤어" 붉게 물드는 실리콘밸리
민주당 강세 지역 실리콘밸리의 우경화
최근 잇달아 트럼프·밴스 지지 선언 이목
바이든 반시장주의에 테크업계 민심 이탈
반독점·부자증세·AI규제·가상화폐 단속 등
트럼프·밴스가 실밸에 우호적일지는 미지수
미국 민주당의 '텃밭'으로 대표되는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 성지' 실리콘밸리가 우경화하고 있다. 총격 피습을 당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러닝 메이트로 지목된 JD 밴스 상원의원에 대한 실리콘밸리 재계 인사들의 이례적인 지지와 찬사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현지에서는 빅테크를 겨냥한 조 바이든 행정부의 규제 칼날이 더 날카로워지면서 실리콘밸리의 거물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공화당 소속 트럼프-밴스 후보가 오히려 실리콘밸리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무너진 블루월…트럼프 지지 잇따라
지난달 출범한 트럼프 전 대통령 정치후원단체(슈퍼팩)인 '아메리카 팩'에는 이달 16일 기준 870만달러의 후원금이 모였는데 이중 실리콘밸리 인사들이 낸 후원금은 100만달러에 이른다. 기부자 중에는 인공지능(AI) 기반 소프트웨어 업체 팔란티어의 조 론즈데일, 세쿼이아의 숀 매과이어 등이 포함돼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역시 매달 약 4500만달러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를 지원하는 새 슈퍼팩에 기부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3일 유세 중 총기 피습을 당한 직후부터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빅테크 수장들의 지지 선언도 잇따르고 있다. 머스크 CEO는 당일 엑스(옛 트위터·X)에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그의 빠른 회복을 바란다"고 했고,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 의장은 "우리의 전 대통령은 오늘 밤 말 그대로 총격전 속에서도 엄청난 우아함과 용기를 보여줬다"고 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CEO 등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빠른 회복을 기원하는 메시지를 썼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실리콘밸리 CEO들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사실상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의사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실리콘밸리 민심 변화 왜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실리콘밸리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으로 꼽혀왔다. 실리콘밸리 정치 후원금 역시 민주당에 쏠렸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 들어 반시장·반규제주의가 확산하면서 테크 업계의 민심이 이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를 이끄는 리나 칸 위원장은 빅테크 반독점 조사에 칼을 꺼내들며 관련 소송을 이어왔다. 현지에서는 지난 3월 대기업들의 법인세 최저 세율을 현행 15%에서 21%로 높이고 소득 상위 0.01%에 소득세 최저세율 25%를 적용하는 '부자 증세안'이 공개된 것에 대한 반감도 확인된다.
캘리포니아 주의회 민주당에서 인공지능(AI) 안전장치 의무를 골자로 한 법안이 발의된 것 역시 규정 관련 비용이 커질 것을 우려한 실리콘밸리의 민심이 돌아서는 데 여파를 미쳤다. 여기에 실리콘밸리에는 가상화폐 기업가들도 대거 포진하고 있는데 개리 겐슬러 증권거래위원회(SEC) 의장이 가상화폐를 적대시하고 있는 점도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밴스 부통령 지명, 지지 효과 이어질까
이 가운데 지난주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실리콘밸리와 인연이 깊은 JD 밴스 상원의원이 부통령 후보로 지명되자 실리콘밸리에서 공화당 지지세가 한층 강화되는 모습이다.
쇠락한 공업지대인 러스트 벨트에서 태어난 밴스 의원이 실리콘밸리에 인맥을 갖추게 된 계기는 2011년 예일대 로스쿨 재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밴스 의원이 멘토로 지칭하는 피터 틸 페이팔 창업자는 과거 강연에서 실리콘밸리의 장점에 대해 역설했고, 이에 밴스 의원은 졸업 후인 2013년 실리콘밸리의 바이오업체 서킷테라퓨틱스에서 첫 근무를 시작했다.
이후 그는 2016년 미스릴 캐피털, 2017년 레볼루션에 몸 담았고, 2019년 고향인 오하이주로 옮긴 이후에는 나리아 캐피털을 세워 동부 해안가 지역의 자금을 낙후 지역으로 재분배하는 사업을 했다.
밴스 의원은 이 같은 배경으로 2022년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할 때 실리콘밸리 인맥의 도움을 얻었다. 이는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러닝메이트로 밴스 의원을 택하도록 하는 실리콘밸리의 로비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이 경우 실리콘밸리에 대해 규제 완화적인 움직임을 보일 거라는 이유에서였다.
트럼프·밴스, 실리콘밸리에 우호적일까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밴스 의원이 내년 백악관에 입성하더라도 실리콘밸리에 대해 우호적인 정책을 펼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먼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편 관세 정책은 무역 전쟁을 일으켜 업계 불확실성을 더할 수 있다. 그가 공언한 이민자 추방 정책 역시 노동력 부족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는 요소다. 밴스 의원은 빅테크를 겨냥한 반독점법에 옹호하는 입장이며 올해 초 칸 위원장을 존경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지난 2월 X에 "구글이 우리 사회 정보의 독점적 통제권을 갖고 있다"며 구글 알파벳의 기업분할을 지지하기도 했다. 트럼프 2기에 도리어 인수합병(M&A) 한파가 몰아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에 적대적인 입장인 것 역시 실리콘밸리에 긴장감을 더한다. 2021년 1월 트럼프 지지자들의 국회의사당 난입사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을 정지시킨 트위터, 페이스북이 대표적이다. 이들 SNS 플랫폼들은 올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을 복원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재 자신이 출시한 트루스 소셜에만 글을 쓰고 있다. 심지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안보 우려로 발효된 '틱톡금지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틱톡 계정까지 만들어 대선 캠페인에 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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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지난달 텔레비전 토론 이후 경쟁자인 바이든 대통령을 둘러싼 건강 문제가 부각되고, 피격 사건에 따른 지지층 결집 여파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대두하자 실리콘밸리가 선제적으로 트럼프 측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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