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김설 작가의 '난생처음 독서 모임'<1>
나는 가까운 친구에게도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책을 꺼내는 순간 이방인이 되는 경험을 한 이후부터였던 것 같다. 심지어 "너 책도 읽어? 의외네?"라는 말도 들었다. 차라리 스마트폰을 보든가 술을 마시며 상사의 뒷담화에 동참하는 것이 이런저런 화를 면하는 길이었다. 어쨌든 당시에는 책 읽는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야. 내 죽음을 가족도 대신해줄 수 없고 내 밥을 누가 대신 먹어줄 수 없고 내 똥을 누가 대신 싸줄 수도 없어, 세상은 혼자 살아가야 해. 나는 이런 말을 무슨 좌우명처럼 떠드는 사람이었다. 책을 읽으면서는 특히 외로움이라는 걸 느껴보지 못했기 때문에 더 쉽게 말했다. 혼자 있는 법을 배우고 싶다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는데 그때는 그 말이 너무나 이상했다. 그걸 배워야 하는 사람도 있구나 싶어서. 책은 당연히 혼자 읽었고 그래야 즐거웠다.
그런데 무슨 영문인지 갑자기 외로웠다. 처음 느껴보는 낯선 외로움이었다. 어느 날 도서관에 갔더니 나와 비슷한 외로움을 얼굴에 묻힌 사람들이 많았다. 소설이 꽂힌 서가를 돌아다니다가 같은 라인에 선 사람과 마주치면 괜스레 말을 걸어보고 싶었다. 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 혹시 책 이야기를 할 사람이 필요하신가요? 일본 소설을 좋아하시나요? 아니면 프랑스? 오스카 와일드를 좋아하시나요? 이 동네 사시면 저랑 함께 독서모임 할래요? 참 뜬금없는 변화였고 내가 그렇게 달라진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러면서도 사람이 나이가 들면 참 이상하게도 변하는구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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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래 책 모임을 좋아하지 않았다. 책 읽을 시간도 부족한데 그 시간에 다른 책을 더 읽는 게 낫지 모여서 무슨 할 이야기가 그렇게 많다고 정기적으로 만나기까지 하나. 책을 읽은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하면 책에 관해 쓴 책을 찾아 읽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왔다 갔다 하는 걸 번거롭게 여겼고 소란스러운 것도 싫었다. 그런데 자꾸 마음에 변화가 생겼다. 책에 진심이 사람들만 모아 독서모임을 한다면? 돈이 전혀 들지 않는 모임이라면? 모임은 얼른 끝내고 술이나 먹고 놀자는 사람들만 아니면 괜찮을 것 같았다.
-김설, <난생처음 독서 모임>, 티라미수 더북,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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